‘부웅~ 부~붕 가앙 가~앙.’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는 우렁찬 엔진 배기음 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영국의 고급 스포츠 세단 재규어가 VIP 고객들을 초청, 국내 첫 트렉데이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행사에는 판매가 2억1690만원짜리 ‘슈퍼카’ 재규어 XKR-S를 비롯해 XKR, XFR 등이 등장했다. XKR-S는 V8 5.0ℓ 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m의 성능을 갖췄다. 최고속도가 시속 300㎞에 이르는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른 모델이다. XFR과 XKR 쿠페 및 컨버터블은 최대출력 510마력과 최대토크 63.8㎏·m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재규어는 행사를 위해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더 뉴 재규어 XJ’의 최상위 모델인 ‘수퍼스포트’도 투입했다. 재규어 코리아 관계자는 “행사에 모인 차량 가격만 10억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맨 처음 사로잡은 것은 검은색 XKR-S에 붙은 ‘sold-out’ 표시. 재규어코리아는 “트렉데이 첫날인 14일 참가한 부산의 한 사업가가 시승 후 즉석에서 구매를 결정했다”며 “이 때문에 이 차량은 세워두고 새로운 XKR-S를 공수해왔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오전 오후로 진행됐고 한 번에 20여명의 고객들이 재규어를 시승했다. 시승코스는 세이프티·다이나믹·고속주행 등 3개로 구성됐다. 맨 처음 타본 차량은 XKR-S. 최대출력 550마력짜리 ‘괴물’을 타고 다이나믹코스에서 슬라럼과 급가속, 8자턴 등을 시도했다. 날렵하게 생긴 차체답게 몸놀림이 민첩했고 슬라럼 구간에서 거칠게 운전대를 잡아돌려도 금세 중심을 잡아냈다.

세이프티코스에서는 XKR과 XK쿠페를 타고 브레이킹 능력을 시험했다. 재규어는 자체적으로 캘리퍼와 디스크 브레이크를 생산해 고성능 모델에 장착하고 있다. 브렘보처럼 잘 알려진 브랜드보다 성능이 약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막상 시속 70㎞와 110㎞에서 풀 브레이킹을 해보니 캘리퍼가 제 역할을 해내며 속도를 효과적으로 낮췄다. 회사 관계자는 “고성능 모델일수록 브레이킹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운전자가 차량의 성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며 “재규어의 브레이크 기술은 브렘보 등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두 코스 체험이 끝난 뒤 안전교육요원으로 참가한 ‘EXR team 106’ 소속 선수들이 고객들을 조수석에 태우고 직접 다이나믹 코스를 주행하는 ‘퍼포먼스 택시 드라이빙’ 순서가 이어졌다. 얌전하게 차를 몰던 고객들은 선수들의 거친 주행을 경험한 뒤 감탄사를 연발했다.

뒤이어 진행된 고속주행코스 경험. 성능연구소 내 주행트랙을 한 바퀴 돌았다. XF의 고성능 버전인 XFR를 탔다. 스포츠 세단인 만큼 실용성과 주행성능을 겸비한 모델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순식간에 시속 200㎞까지 뽑아내는 성능은 BMW M3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일반 XF모델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휠과 큼지막한 에어벤트는 존재감이 충분했다.

영국 재규어 본사에서 방한한 세계적인 레이싱 선수 겸 엔지니어인 마이클 벤트우드가 재규어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벤트우드는 “재규어는 5~6년 전만 해도 영국에서도 ‘나이드신 분들을 위한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지금은 XKR-S에서도 알 수 있듯이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에 비해 충분히 다이나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액셀을 밟으면 스로틀이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등 스포티한 성격이 강해졌다”며 “하지만 재규어 특유의 우아함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독일 프리미엄 3사들 중 벤츠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화성=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