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피지수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와 저가 매수세 유입 등이 맞물리며 하단 지지력을 추가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일 코스피지수는 이틀째 하락해 1970선으로 후퇴했다. 미국 경기회복 및 중국 경기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출회된 탓이다. 이에 5일 이동평균선(1991.39)을 회복하지 못하고 장을 마무리지었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 실적이 호조를 나타냈지만 애플의 주가 약세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 회의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43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한 점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확충 규모는 기존 IMF의 목표치인 4000억달러를 초과하는 규모로, 한국(150억달러), 영국(150억달러), 호주(70억달러), 싱가포르(40억달러) 등의 국가들이 유럽 재정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IMF 재원확충에 추가로 참여했다.

그러나 유로존 재정위기 안전지대로 간주됐던 네덜란드가 예산 감축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럽 위기 우려는 여전히 증시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 등 3개 정당은 21일(현지시간) 내년 예산을 연간 140억~160억유로(21조~24조원) 줄이는 방안을 놓고 약 두 달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가 하단 지지력을 시험하는 부침 구간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스페인발(發) 유럽 재정 위기 지속, 미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낮춰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며 "이번주에도 대외 여건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불확실성을 경계해야 하고,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질 수 있는 업종으로 관심을 한정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1분기 및 향후 실적 개선 업종으로는 자동차 및 부품,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필수소비재 등을 꼽았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기대할 만한 부분은 1950선 이하에선 주가수익비율(PER) 할인율이 발생할 전망이고, 국내 연기금의 자금 유입도 기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번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심 팀장은 "이번 FOMC회의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어떤 추가조치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단지 향후 경기전망과 현 경기 상황에 대한 진단 정도에 국한될 수 있기 때문에 기대할 만한 이벤트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기술적 분석상 조정이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앞으로 저가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조정기간이 90%수준까지 진행됐고, 향후 여진 정도만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며 "오는 24일 코스피지수의 20일 및 60일 이동평균선 간 데드 크로스 발생할 전망인데, 이는 분할 매수 국면이 왔다는 좋은 신호"라고 분석했다.

지 센턴장은 "이번주부터 분할 매수 기회가 오고 있다"며 "보수적인 투자자의 경우 다음달 한 달 동안을 천천히 분할 매수하는 시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