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른바 시민펀드라는 것을 만들어 요금인상 논란을 빚고 있는 지하철 9호선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9호선 운영회사인 메트로 9호선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9호선을 다른 민간회사에 인수시키거나 아예 서울시가 예산으로 사들이는 방안과 함께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들이 트위터를 통해 9호선 대주주인 맥쿼리인프라 대신 투자하겠다는 의견을 많이 내고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아이디어일 뿐이다. 시민들로부터 6000억~7000억원이나 되는 인수비용을 걷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지만, 그런 펀드를 만든다고 해서 지하철 9호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요금을 묶으면 적자가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등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펀드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으면 자금을 댈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박 시장의 계산 능력에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하철 9호선 요금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메트로 9호선이 서울시에 당초 협약에 따라 요금을 정상화해달라며 협의를 요구한 지도 3년이나 됐다. 서울시가 이제 와서 협의가 없었다며 공격하는 것은 협약을 공공연히 깨려는 것밖에 안 된다. 결국 회사 측이 요금 인상을 철회하겠다고 두 손을 들었으니 서울시는 뿌듯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날 게 아니다. 서울시는 2005년 협약이 특혜였다며 뒤늦게 호들갑이다. 지하철 9호선은 김대중 정부였던 2001년 당시 기획예산처가 타당성을 인정해 민자유치사업으로 지정했다. 예산이 부족해 사업자에게 일정한 혜택을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면 이는 행정 아닌 행패일 뿐이다.

협약이 잘못됐다면 당연히 책임을 가려야 한다. 그렇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남미나 아프리카 3류 국가들이나 하는 짓이다. 용인시가 경전철 협약을 지키지 않아 국제소송까지 가서 진 것을 서울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는 꼼수를 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