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저축성 보험의 사업비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입 초기에 대부분의 수수료를 떼는 구조일 뿐, 수수료 총액은 미국 영국 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작년 말 발표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유통채널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금저축 수수료는 전속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때 월납 초회보험료 대비 187~423%다. 독립법인대리점(GA)에서 가입하면 281~451% 선이다. 미국(336~408%)이나 영국(최고 675%)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미국은 뉴욕주 보험업법 모집수수료 규제 기준, 영국은 최대수수료협정(LAUTRO MCA) 기준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보험상품 수수료가 종목이나 회사 간 편차가 매우 크지만 대체로 선진국의 규제한도 이내”라며 “때문에 보장성과 저축성 보험의 수수료 체계를 차등화하고 저축성 보험에 대해선 분급방식 등으로 다변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철 숭실대 보험수리학과 교수는 “설계사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선취수수료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총액이 많은 것 같은 착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연금저축에 10년 이상 가입하면 수수료 누계액이 은행이나 증권사의 비슷한 상품보다 오히려 적다”며 “장점이 많은데도 선취수수료 문제로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소비자단체의 요구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원가를 공개하는 제조업체가 한 곳도 없는데 유독 보험사에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하남 한국연금학회장은 “사업비 내역이 불투명해 소비자 입장에서 수수료가 얼마나 높은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사업비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세창 홍익대 금융공학과 교수는 “보험사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실수익률 등을 쉽고 단순하게 알려주면 사업비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