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최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의 이종구 변호사와 특허청에서 23년간 근무한 우종균 변리사를 영입했다. 이 변호사는 파생상품 등 국제금융 분야에서, 우 변리사는 산업재산정책국장 상표디자인심사국장 등을 거쳐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나름대로 역량을 평가받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20일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으로 국제금융, 지식재산권, 관세 분야에서 국제분쟁과 자문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두 사람을 스카우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관예우 방지 차원에서 공직자들의 민간행 요건이 까다롭게 정해짐에 따라 로펌의 공직자 영입은 이전과 같지 않다. 이런 규정을 피해가면서 ‘고급 인력’을 확보하려는 로펌의 머리 쓰기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관세, 국제금융, 경험자에 ‘러브콜’

원산지 허위표시, 국제조세 관련 분쟁이 잦아지면서 로펌마다 관세 전문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태평양은 올초 세무대 1기 출신으로 서울세관 외환조사과장 등을 거친 김규석 씨와 관세청 정보관리과 출신의 임대승 씨를 전문위원으로 데려왔다. 광장도 관세청에서 20여년간 일한 김재영, 김민두 두 관세사를 올초 영입했다.

태평양 측은 “미국, EU와 FTA로 한국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는 일이 많다”며 “기업이 폭넓은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정확한 품목 분류와 원산지 인증 등을 알려줄 전문 관세인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 제약 분야 전문가들도 최근 들어 몸값이 상한가다. 한·미 FTA에 따른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으로 제네릭(복제의약품)에 의존하는 국내제약 업계에 법정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우는 이달 초 약사자격증을 가진 로스쿨 출신 구지현 변호사를 새로 채용했다. 율촌은 30여년을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면서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박하정 씨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전관예우방지법 피하려고 머리 싸매

김앤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로펌들은 고위 공직자 영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작년 10월 시행된 개정 공직자윤리법 때문이다. 연간 외형거래액이 150억원을 넘는 로펌, 회계법인 등에서 장·차관을 비롯해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출신들은 퇴직 후 2년간 과거 5년동안 업무와 관련된 역할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영입이 많은 A로펌 관계자는 “국세청이나 관세청의 경우 고위직이 아니더라도 영입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일부 로펌의 경우 법망을 피하기 위해 경제연구소나 세무법인을 별도로 세우는 등 ‘묘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전문가의 로펌 영입을 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변호사법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와 다른 자격사 간 동업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로펌에 영입된 전문가들은 로펌의 지분을 갖는 파트너는 되지 못한다. 로펌이나 변호사는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법무사를 고용할 수는 있지만 동업해서 지분을 나눌 수는 없다. 이 규정이 로펌으로서는 전문가 영입에 제약이 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