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2000선 회복을 이끈 외국인이 최근 눈에 띄게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닷새째 '팔자'에 나서면서 1% 넘게 하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중국 경기 성장 및 미국 경기 회복 둔화 우려 등과 최근 글로벌 펀드 동향 등에 비춰 당분간 외국인 매수 기조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10포인트(1.21%) 떨어진 1975.76을 기록 중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스페인의 국채 입찰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지표 부진 여파로 소폭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지수도 내림세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외국인 매물 부담이 가중되면서 지수는 낙폭을 키워 1970선으로 후퇴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393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처음 매도 우위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1월 외국인은 6조3061억원 '사자'에 나서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2월(4조2717억원)과 3월(5073억원) 점차 매수 강도가 약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최근 글로벌 펀드 자금 추이에 비춰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소강 국면을 면키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경기 성장 둔화 및 미국 경기 회복 둔화 우려로 아시아 증시 등 위험자산 선도�� 재차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증시에서 급격한 자금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지만 단기간 박스권 상향 돌파를 이끌 수준의 자금이 유입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국 증시 관련 글로벌 펀드에선 지난 12~18일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일본 제외 아시아 투자 펀드에서 4억7000만달러가 순유출돼 6주 연속 자금 이탈 기조가 이어졌다. 연초 유동성 장세를 이끈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 역시 2억68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 2주 연속 순유출세를 보였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지난 12~18일 아시아 및 신흥국 관련 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된 반면 미국과 독일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회귀하는 기미가 나타났다"며 "지난해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 등으로 연초 이후 유동성 효과를 기대하고 급격하게 유입된 자금들의 숨고르기 국면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4월이 계절적으로 배당금 지급시기란 점과 중국 정부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증시 걸림돌로 꼽았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좁은 구간의 등락권에 갇혔는데 글로벌 유동성 효과가 더 이상 강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추가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수급 측면에서 주가 상승을 이끌만한 주체가 부각되지 못하는 점이 부담인데, 이미 시작된 실적시즌을 감안해도 수급에 기초한 유동성 효과보다는 본질적인 요인에 따른 보수적인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의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이 팀장은 진단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은 위기 국면, 혹은 조정이 가속화 될 경우 방어적인 부분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외국인의 매물이 정보기술(IT)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비춰 외국인이 일정부분 차익실현에 나선 이후에는 재차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대거 매도하는 등 IT주 중심의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외국인 내부에서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업종은 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 관련 우려가 점차 걷힐 전망이기 때문에 월 후반으로 갈수록 증시 방향성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 외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대부분의 정책을 취할 전망이기 때문에 증시에 반영됐던 우려가 점차 약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들에는 IT주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외국인은 2519억원어치 LG전자 주식을 순매도, 가장 많이 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1969억원), 삼성전자(1822억원)가 순매도 종목 2~3위를 차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