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본점 7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3명의 금통위원들이 임기를 하루 앞둔 날인 탓인지 썰렁한 분위기였다. 떠나는 위원들의 방도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강명헌 김대식 최대성 위원의 표정에는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듯했다. 평소 철저한 보안시스템 속에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던 위원들이었지만 이날만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엇갈리는 소회

이들 3명의 의원은 금통위 내에서도 적극적인 소수 의견으로 주목받았다. 강 위원은 지난 48차례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냈으며 대부분 금리인하 또는 동결 주장을 펼쳐 ‘비둘기파’로 분류된 인물이다. 반면 김 위원은 다섯 번의 소수의견에서 한결같이 금리인상을 주장한 ‘강성매파’, 최 위원은 ‘온건매파’란 평가를 받았다.

강 위원은 “소신을 지키면서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 데 나름대로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물가 관리 실패나 금리 정상화의 기회를 놓쳤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경제환경에서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있다”며 “자꾸 금리 정상화라는 표현을 언급하는데 도대체 그 기준이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브라질이 2009년 하반기 성급히 금리를 올려 경기회복의 싹을 잘라버린 사례도 들었다.

반면 김 위원은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며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쳐 물가 관리에 대한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에 대한 최종 책임은 어쩔 수 없이 한은이 짊어져야 하는데 주변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은 말을 아꼈다. 다만 신임 금통위원들에 대해 “단순히 배경만 보고 친정부니 친MB니 판단하는 건 성급한 것 같다”며 “통화정책을 하면서 스스로 우선 순위를 정해야 일관성 있는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인사청문회 도입 신중해야”

금통위원의 임기를 늘리고 대통령이 임기 내 다수의 위원을 선임하는 현행 제도는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강 위원은 “임기를 늘리는 데 찬성한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은 7명의 임명직 위원을 2년마다 1명씩 바꾸는 식으로 운영하면서 임기는 14년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이 위원 대부분을 자기 사람으로 채울 수는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도 “임명직 5명 중 4명이 한꺼번에 바뀌는 건 세계 중앙은행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4년 뒤에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통위원의 인사청문회나 의사록 실명 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 위원은 “미국과 일본에도 청문회가 있지만 한국식 인사청문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식견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여야 하는데 주변을 까발리는 식이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강 위원은 “금통위원은 도덕성보다는 전문성이 보다 중요하다”며 “청문회를 통해 흠집이 난 상황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위원은 의사록 실명 공개에 대해 “실명으로 공개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고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며 “가급적 전체 의견을 따라가면서 집단 사고의 틀 속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생각을 드러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