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를 포함해 15세 이상의 결혼한 사람을 뜻하는 유배우자의 이혼율이 통계청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깐 치솟긴 했지만 우리 경제가 금세 체력을 회복하는 사이클을 보인 데다 신중하게 이혼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50대 이상 인구의 이혼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상황에 따라 등락

이혼율 11년 만에 최저…금융위기 탈출 효과?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1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배우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는 4.7건으로 전년보다 0.1건 감소했다. 결혼쌍으로 보면 지난해 1000쌍당 9.4쌍이 이혼을 했다는 뜻이다.

유배우 인구의 1000명당 이혼 건수는 2001년 5.9건을 기록한 뒤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엔 7.2건으로 치솟았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에 5.65건으로 올랐다가 최근 다시 낮아진 것이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경제위기가 발생하거나 극심한 불황이 찾아오면 이혼율이 치솟았다가 회복기에 다시 내려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법적 부부의 이혼율은 27.6%에 달했다.

경제외적 요인으로는 2008년부터 도입된 이혼숙려제도의 영향이 컸다. 이른바 ‘홧김 이혼’을 막기 위해 법원이 협의이혼을 신청한 부부에게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제도다. 자녀가 없거나 성년인 자녀만 있는 경우에는 1개월,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의 숙려기간을 준다.

초혼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이혼율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국민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1.9세, 여성 29.1세로 이는 10년 전보다 각각 2.4세, 2.3세 높아진 수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형남규 이사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늦게 결혼한 사람들이 이혼 결정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혼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이혼율이 가장 높았던 35세에서 44세 사이의 이혼율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전체 이혼 건수 중 16.3%를 차지한 35~39세 이혼율은 전년보다 1.6%포인트, 19.3%인 40~44세 이혼율은 0.7%포인트 각각 줄었다.

◆연상 여성-연하 남성 커플 15%

이혼율 11년 만에 최저…금융위기 탈출 효과?
모든 연령층에서 이혼이 줄었지만 남녀 모두 50대 이상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50~54세 남성의 이혼 건수는 1만7000건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고 55세 이상 남성 이혼 건수도 1만8200건으로 0.8% 증가했다. 50~54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는 1만2500건으로 전년 대비 0.8% 늘었고 55세 이상도 1만건으로 0.8% 증가했다.

결혼생활 기간을 의미하는 혼인지속기간을 5년 단위로 살펴봐도 전체 이혼 건수 중에서 15년 이상된 부부의 비중이 19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년 미만된 부부의 이혼 비중은 1990년 39.5%에서 지난해 26.9%로 낮아졌고 △5~9년은 29.2%에서 19.0%로 △10~14년은 18.2에서 15.2%로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15~19년된 부부의 이혼 비중은 7.9%에서 14.2%로 치솟았으며, 20년 이상된 부부는 5.2%에서 24.8%로 급등했다. 서 과장은 “기대수명이 늘어난데다 여성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진 것이 고연령층 이혼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연상 여성과 결혼한 초혼 남성은 3만9500명으로, 전체 결혼의 15.3%를 차지했다. 연상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이 차지하는비중은 2001년 11.3%에서 2006년 12.8%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7년 13%를 돌파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