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반도체산업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11년도 D램 및 낸드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각각 23.0%, 12.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D램 및 낸드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이며, 기술력에서는 D램과 낸드 모두 업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새주인 맞아 과감한 투자

최근 SK텔레콤으로 인수되면서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5조원가량 집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와 달리 적시에 충분한 설비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반도체시장에서의 위상 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모바일 디바이스 중심의 시장 성장에 발맞춰 낸드 및 모바일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앞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당초 SK텔레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았지만, 대주주인 SK텔레콤이 퀄컴 등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동향을 보다 빨리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더 나아가 신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화려함 이면에는 10여년간 채권단 관리체제의 어려움을 극복한 경영진 및 임직원들의 의지와 저력이 숨어 있다. SK하이닉스는 2001년 채권단 관리가 시작된 이후 인피니온, 마이크론 등과의 협상이 진행되면서 수차례 해외매각 위기를 겪었다.

결국 자체회생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보수적인 자금 집행을 꾀하는 채권단 체제 하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 경쟁력 및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부른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부활’ 의지를 보여줬고, 이런 노력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및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결국 2012년 SK텔레콤을 대주주로 맞이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2009년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퇴출된 키몬다(구 인피니온), 2012년 초 파산보호 신청으로 한계를 인정한 엘피다 등의 쇠락과는 분명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뛰어난 기술력과 임직원들의 의지 및 저력, SK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발생한 충분한 투자여력 등이 맞물리면서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진단된다.

이 같은 기대감은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을 대주주로 맞으며 전열을 재정비한 시점이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리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업황 회복 가시화

지금 반도체산업 업황은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D램 중심으로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지난해 태국 홍수에 따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 부족 사태가 해소(3월 충족률 94.6%)되면서 PC 생산이 정상화되고 있다. 2분기에는 인텔이 ‘아이비 브리지’(Ivy Bridge)를 채용한 울트라북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PC수요도 전분기 대비 14.5% 증가할 전망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파산보호 신청을 단행한 엘피다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개 매각 방침을 밝힘에 따라 엘피다 운명이 시장 원리대로 풀릴 것이라는 대목이 긍정적이다. 당장은 파산보호 신청 이후 엘피다가 투자활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공급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HP, 델, 애플 등 대형 거래선이 엘피다 구매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엘피다 이외 D램 제조사들의 주문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금 더 장기적 관점에서는 엘피다 인수에 관심이 있는 진영이 모바일 D램에만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성장성 및 수익성이 떨어지는 PC용 D램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투자매력도를 키우고 있다. 엘피다의 공개 매각 과정에서 엘피다의 PC D램(점유율 23%) 생산 축소가 예상되는데, 이는 산업 전체적으로 PC D램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2분기부터 D램의 수급 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3월에 1.03달러였던 PC D램의 고정거래선 가격은 올 연말까지 40%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순수 메모리 제조업체로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과 투자여력을 겸비한 SK하이닉스가 최대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 ‘솔솔’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18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분기 800억원에 달하는 직원 격려금 지급을 감안한다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실적 턴어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월부터 D램 고정거래선 가격이 추세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SK텔레콤에 인수된 이후 시작한 공격적인 투자가 올 하반기부터 원가절감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매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KB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을 매출액 11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으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D램 업체들의 보수적 설비투자 및 엘피다발(發) 업계 재편 효과는 내년 실적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의 주가는 D램 가격과 방향성이 일치해 왔다. 그만큼 D램 가격에 대한 의존도 및 D램의 실적 기여도가 높다. 현 시점에서도 SK하이닉스의 주가의 방향성을 분석하는 데 있어 D램 가격 반등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월 D램 고정거래선 가격이 상승한다면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D램 공급 업체들의 재편 이후 수익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업황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주가에 또 다른 긍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 hanjoon.byun@kbs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