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업체들이 선주들에게 선박건조대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 설립에 나선다. 선주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여 수주량을 늘려 보겠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일본 주요 조선업체 15곳이 공동으로 ‘일본선박투자촉진’이란 선박금융 회사를 23일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6월 말까지 종합상사와 은행 등으로부터 출자도 받을 계획이다. 자본금 규모는 6000만~7000만엔(8억~1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이 회사는 선박을 수주할 때마다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선주들에게 자금을 대출하는 기능을 맡는다. 필요 자금은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활용한다. 배를 만드는 조선회사도 자금의 일부를 댄다. 건조한 선박은 해외 선주가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임대하고 정기적으로 용선료를 지급한다. 계약이 만료되면 선박 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최종 상환하는 형식이다. 가마 가즈아키 일본조선공업협회 회장은 “현재의 어려운 수주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신설 선박금융 회사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조선업체가 공동으로 선박금융 회사를 세우는 가장 큰 배경은 수주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다. 높아진 엔화 가치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일본 조선업체들의 수주액은 급감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의 작년 수출 선박 계약 실적은 80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되는 분위기다.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