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한일재단 공동 캠페인] (1) 日 단카이세대 기술자 200명 "한국 中企서 제2인생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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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개최…도쿄 '한국中企 설명회' 성황
4년간 R&D 분야 등 큰 도움…年 수백억원 경제효과 거둬
4년간 R&D 분야 등 큰 도움…年 수백억원 경제효과 거둬
18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프린스호텔. 아침 일찍부터 백발이 성성한 일본 기술자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개최한 ‘한국 중소기업 기술 협력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발걸음을 재촉한 것이다. 20년 이상의 현장 경험과 기술사 자격을 갖춘 베테랑 엔지니어들로 한국에서의 ‘인생 이모작’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스미토모금속에서 24년간 근무했던 금형 전문가 요시하라 카츠아사 씨(55)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업체들과 일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 중소기업에 재취업해 그동안의 경험을 전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히타치제작소에서 20년간 장비설계 업무를 맡아 온 타가시라 사토시 씨(75)는 “한국은 산업 발전이 빨라 매력적인 곳”이라며 “고속인쇄 등 설계분야에서 한국기업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에 일본 퇴직 기술자를 활용하는 한·일 협력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2008년부터 은퇴한 일본 단카이 세대의 기술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본 퇴직기술자유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단카이 세대는 세계 2차 대전 직후인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1970~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재단은 350명에 달하는 일본 퇴직 기술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으며, 일본 기술자의 자문료, 체재비, 항공료, 통역료 등 관련 비용의 40~50%도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 4년간 재단이 지원한 중소기업은 120여곳에 달한다. 일본 퇴직 기술자들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자체 R&D로 풀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비전테크놀러지는 일본 퇴직 기술자와 협력해 나노합금 성형장치 등 2건의 특허를 취득해 사업화에 나섰고 맥스필름, 아이디로 등은 차세대 필름, 시각 장애인용 화장실 안내 시스템 특허를 각각 출원했다. JS통상은 스키, 보드용 왁스, 유니온은 촬영용 외장 플래시 등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의 국산화를 이뤘다. 2010년 43개 중소기업이 수출 증대, 수입 대체, 비용절감 등을 통해 거둔 재무적 성과만 822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양국 모두에 윈-윈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 중소기업은 국내서 확보하기 어려운 전문 기술인력을 채용할 수 있고 일본 기술자들은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만들 수 있어서다.
장진욱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일본비즈니스센터장은 “올해는 지원 중소기업 수를 70곳으로 늘리고 협력 가능한 일본 기술자 데이터베이스도 450명으로 확대해 더 많은 협력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