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6일 배포한 ‘하이마트 경영진 비리 사건 수사결과’ 보도자료에는 외국계 펀드의 비리 혐의가 포함돼 있었다.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2005년 선종구 회장으로부터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어피니티는 그 대가로 선 회장에게 자사 지분 13.7%와 현금 200억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등을 준 것은 배임 증재, 자산을 담보로 제공받은 것은 선 회장의 업무상 배임에 대한 공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어피니티는 그러나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배임 증재는 7년 전 사건이라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빠졌다. 선 회장도 공소 시효 문제로 이와 관련한 배임 수재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담보 제공으로 회사에 2408억원의 손해를 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서는 업무상 배임 액수가 5억원을 넘으면 공소시효 20년을 적용하고 있다.

검찰은 어피니티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도 기소하지 않았다. 선 회장이 어피니티와의 공모를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선 회장에게 200억원 등을 제공한 정황으로 볼 때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찰은 하이마트 사례와 같은 차입매수(LBO) 방식의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주로 인수 회사 측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동양메이저가 2008년 한일합섬을 LBO 방식으로 M&A한 사건에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이 혐의로 기소했다. 한일합섬 임원에 대해서는 돈을 받고 기업 정보를 빼준 혐의만 적용했다. 피인수기업 측만을 기소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검찰은 구글의 개인정보 불법수집 혐의에 대해 수사를 중지한 적이 있다. 도이치증권의 ‘11·11 옵션쇼크’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서도 외국인 피의자가 출석을 거부해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검찰이 외국 기업을 조사하기는 이처럼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런 어려움을 미리 예상하고 어피니티의 형사처벌을 지레 포기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피니티를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대한민국의 검찰이 설마 그랬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