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만에 삼성그룹이 진보성향의 대표 학자를 초청해 선거 결과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18일 삼성 사장단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에게 '2040 세대와 선거'라는 주제로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분석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20대 투표율은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 높아졌지만 30~40대는 하락했다"며 "20대는 SNS 등의 영향을 받은 것 같고, 30대와 40대는 야권의 정책 부재 등에 실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연 2040을 단일 세대로 묶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사회 약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시대 정신이 됐다"면서 "사회 지속 가능성과 경제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세ㆍ재정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지만 이럴 경우 경제 지속 가능성이 훼손된 우려가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어느 한 편의 말에 열광하다가 환멸을 느끼는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이 반복된다"며 "사회적인 타협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뒤 한 계열사 사장은 "기업이 복지, 상생 등에 눈을 감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도 사회적인 요구, 흐름, 조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기업이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재계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의 삼성이 진보 학자를 초청해 총선 결과를 물은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사장단회의에서 국내 선거와 관련한 내용을 강연한 것은 처음인데다 김 교수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를 한 인물이어서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김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며 "강연자는 3개월 전 이미 정해지는 것이고, 강연 내용 또한 다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총선이 끝난 뒤 그룹 미래전략실 산하 기획팀으로부터 선거 결과에 따른 기업 경영 환경 변화 등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