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명의 학생이 잇따라 자살해 파장이 일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17일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40분께 대전시 유성구 KAIST 기숙사 앞 잔디밭에서 이 학교 4학년 A 씨(22)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방안에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서남표 총장의 개혁 방향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고 학교 구성원간 갈등을 겪어왔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교내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 운영방향을 둘러싼 서 총장과 교수협의회간 갈등도 당초 학생의 자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서 총장식 개혁 방법과 방향, 속도를 두고 찬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KAIST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학생들이 요구해온 영어강의 방식 완화와 성적에 따른 차등수업료 징수 문제 등을 어느 정도 들어줬기 때문에 수업이나 성적에 관한 학내 스트레스는 상당히 완화됐다" 며 "자세한 경위 등을 파악한 뒤 최선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서 총장 주재하에 보직교수들을 모두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 중이다.

KAIST에서는 지난해 1월 전문계고 출신 '로봇영재' 조모 군(19)을 시작으로 같은해 4월7일 과학영재학교 출신의 휴학생인 박모 군(19)까지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4월10일에는 생명과학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았던 박모 교수가 자살해 큰 충격을 줬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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