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한 소형 출판사 EDC의 렌달 화이트 사장은 지난 2월 한 여성 판매사원의 이야기를 듣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크리스티 리드라는 판매사원은 텍사스의 한 학교에 과학 백과사전을 팔기 위해 상당 기간 공을 들였다. 학교는 그의 설득으로 16권의 사전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결국 주문은 아마존을 이용했다.

그는 “나는 책을 팔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몇 번의 클릭에 영업권을 빼앗겨야 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아마존의 무차별 할인에 불만을 가져온 화이트 사장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그는 앞으로 아마존에서 책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1800종의 어린이 서적을 회수했다.

종업원 77명, 시가총액 1800만달러에 불과한 중소형 출판업체 EDC가 시가총액 860억달러의 거인 아마존과 벌이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책 가격을 둘러싼 출판업계와 아마존 간 논쟁에 EDC가 총대를 메고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출판사들로부터 책을 사들인 후 최대한 가격을 할인해 판매한다. 출판업계의 우려는 아마존의 이 같은 무차별 할인이 지역 서점이나 소형 판매업체 등 다른 유통업체들을 고사시킨다는 것. 화이트 사장은 “서점과 판매사원들이 아마존의 쇼룸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는 출판업계가 스스로 발등을 찍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출판업계 관계자들도 “아마존이 업계가 버티지 못할 만큼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업계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중간 판매업자를 없애 가격을 낮추면 그 혜택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논란은 미국 법무부가 지난주 애플과 5개 대형 출판사를 전자책 가격 담합 혐의로 고소하면서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전자책 가격을 크게 할인해온 아마존과 달리 애플은 2010년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출판사들이 가격을 결정하고 애플은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중개 모델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애플과 출판업계는 “아마존의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한 것이지 담합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