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못 구해서…유럽 자체 신평사 무산 위기
유럽연합(EU)이 추진해온 독자적 신용평가사 설립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투자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U는 최근 재정위기 과정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회원국 신용등급을 강등해 위기를 심화시켰다며 별도의 신평사 설립을 추진했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15일 “유럽 최대 컨설팅회사인 롤랜드버거를 주축으로 추진 중인 유럽 독자 신평사 설립 계획이 3억유로에 달하는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해 무산 일보직전”이라고 보도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평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유럽에 독자적인 신평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럽의회도 지난달 완전히 독립된 형태의 유럽 신평사 설립을 촉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신평사 설립을 민간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유럽 최대 컨설팅 업체인 독일 롤랜드버거에 이 일을 맡겼다.

그러나 자본금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 EU 등은 당초 독일과 프랑스 금융회사 및 기업으로부터 출자받아 최소 3억유로의 자본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독자 신평사 출범이 올해 3월 말에서 3분기 말로 늦춰졌다. 한델스블라트는 “자금난에 처해 있는 유럽 은행들이 거액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3대 신평사 눈치까지 봐야 하기 때문에 독자적 신평사 계획은 사실상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EU가 추진 중인 미국계 3대 신평사 규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