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은 각계,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통화정책에 반영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4명의 금통위원 내정자가 발표된 직후 불거진 ‘전문성’과 ‘독립성’ 논란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은은 정순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 하성근 연세대 교수,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4명을 금통위원으로 각각 추천했다.

내정자들의 면면을 놓고 말들이 많은 것은 금융·통화분야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여간 산업계에 몸담았던 정 전 사장의 내정은 전문성 논란 외에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현대그룹 출신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정자들의 전문성을 묻기에 앞서 금통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정책은 외환 및 증권시장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 간 가교역할을 해내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금통위 전원을 금융·통화 전문가들로 채워야 한다는 것은 거시경제의 균형적 조정자 내지는 중립적 통화정책 결정자로서의 금통위 조직 균형을 오히려 훼손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금통위 내부에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당연직으로 포함돼 있다. 금융·통화분야의 전문성만 놓고 본다면 2000여명에 달하는 한은 직원들의 보좌를 받고 있는 이들을 앞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금리를 올릴 것이냐, 내릴 것이냐의 문제만 놓고 보면 한은 총재만큼 풍부한 지원을 받으면서 결정을 내릴 만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은행연합회 등의 추천을 통해 금통위 조직구조를 꾸리도록 한 것은 좁은 의미의 ‘전문성’에서 벗어나 국내외 경제흐름을 아우르는 종합적 판단을 해달라는 국민의 요구(한은법 15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기구인 금통위가 한은과 구분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금통위 역할에 대한 일각의 오해와 논란을 지켜보면서 과거 어느 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고 당부해 빈축을 샀던 일이 떠오른다. 금통위와 한은을 혼동한 것은 법무부와 사법부의 차이를 모르는 것만큼이나 무지한 일이 아닐까.

서정환 경제부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