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주가를 끌고 온 원동력은 세 가지다. 우선 경제를 들 수 있다.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 국내 경제도 조만간 바닥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 두 번째는 재료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물밑으로 가라앉으면서 1년 반 이상 계속되던 악재가 없어졌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마지막은 수급이다. 유럽의 1차 장기대출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외국인 매수가 두 달간 11조원에 달하는 시장 참여로 이어졌다.

주가가 멈춰 선 것은 이 변수들이 약해졌거나 다른 악재의 힘이 강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유가 환율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변수에 대한 평가가 변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경제 흐름은 예상에 부합하는 형태

경제지표는 기존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일부 국내 경제지표가 방향을 바꾸고 있는데 경기선행지수의 경우 1월을 바닥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월별 증가분 역시 작년 10월 0.2포인트에서 올 1월에 1.0포인트로 높아져 오름폭이 매월 커지고 있다. 경기와 관련해 가장 빠르게 신호를 보내는 변수가 이미 바닥을 만들고 상승 폭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은 회복의 한 단면이 될 수 있다.

우려했던 대외수지도 2월에 2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1월에 제기됐던 수출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 가능성이 약해진 것이다. 발표되는 수치만 보면 경기가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변화는 없다.

문제는 경기 저점 이후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5~6%까지 올라간다면 경제를 통해 연간 수차례의 상승 모멘텀이 만들어지므로 경기 저점이 주가에 힘을 붙여주는 요인이 된다. 반면 성장이 3%대에 그칠 경우 경기 저점 이후 길지 않은 시간에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성장 전망이 낮은 상태에서 저점 또한 2%대 중반으로 높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는 주가에 두 가지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하나는 방향성인데 경기 정점이나 저점을 전후해 주가 흐름이 바뀌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진폭으로, 경기 회복이 클수록 주가의 상승 폭이 커진다. 최근까지 전자를 통해 주가 상승이 이뤄졌지만 가격이 높아진 만큼 방향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대신해 폭과 관련한 문제가 점차 시장의 관심사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럽과 중국 경기 둔화 부분이 더해졌다. 그동안 유럽은 재정 문제가 중심이고 경기는 논외로 취급돼 왔다. 재정문제를 넘었다 해서 곧 경기 회복이 이뤄지는 게 아니고, 오히려 일정 부분 재정 건전화의 역풍이 불 수 있는 만큼 유럽 경기 둔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은 양쪽 변화가 동시에 출현

유동성은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1월 말 마감된 유럽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결과 5295억유로의 자금이 유럽의 은행들에 풀리게 됐다. 작년 말 1차 프로그램 때의 4892억유로보다 액수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유동성 공급이 유럽 재정위기 진정과 주가 상승에 역할을 한다는 걸 봤기 때문에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의회 연설에서 3차 양적 완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한 상반기 중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 건 외국인 매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지난 2개월간 외국인이 11조원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한 것 같은 매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외국인이 2~3개월 동안 시가총액의 2%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경우가 한 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난 두 달간 외국인 매수가 특이한 형태였다고 볼 수 있는데 주가가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시장 참여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선(先)상승-후(後)조정 예상

1분기는 악재의 공백기였다. 이 틈을 이용해 주가 상승이 분기 내내 이어졌다. 재료와 수급,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까지 다양한 상승 요인이 존재했으며 주가가 오를수록 긍정적인 기대도 커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이 상태에서 시장에 대한 제어는 상승에 따른 부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상반기 시장은 선(先)상승-후(後)하락 조정이 예상된다. 선상승이라는 긍정적인 흐름은 여러 어려움이 막바지에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극대점을 지나면서 영향력이 빠르게 줄었고, 국내 경제가 조만간 바닥에 도달하리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미래가 현재를 지배하므로 상승이 더 이어질 수 있다.

하락은 선반영 정도가 컸기 때문에 시작된다. 1분기에 국내 경제가 바닥에 도달했지만 주가는 이미 경제가 바닥을 지나 상당히 회복되는 상황까지 반영했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는 게 맞지만 이번에는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경기를 너무 앞서가버린 것이다. 경기가 저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이미 코스피지수는 최고점과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황은 뒤집어 보면 경기 회복이 이뤄지더라도 주가가 올라갈 여지가 크지 않아 한동안 주가와 경제 상황이 따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지난해 8월 고점을 통과해 사상 최고치 경신이 미국 시장에 남은 과제가 됐는데, 2007년과 지금의 미국 경제를 단면 비교해 보면 상승이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2년 동안 미국 기업이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올린 것은 인정하지만 이익의 상당 부분이 비용을 통해 만들어졌고, 위기 이후 형성된 이익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4~5년의 검증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3분기에 재상승 예상

새로운 재료가 없을 때 주가는 현재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주식시장이 경기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는 대신 폭에 대해 부담이 생기는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점은 후했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를 희석시키는 변화로 봐야 한다. 유럽의 장기대출프로그램 역시 한번 경험한 재료여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점은 유동성의 힘을 약화시키는 부분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외국인 매수 감소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시장은 1분기 상승을 끝내고 3분기 중반까지 쉬어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작년 9월 이후 주식시장은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시가총액 1위 회사의 주가가 90% 넘게 올라 그 효과가 시장 전반에 퍼졌는데, 이제는 그 영향력이 너무 커 삼성전자가 하락할 경우 시장도 약세로 기울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큰 시세를 냈던 종목이 다시 시장의 중심에 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화학 자동차 조선업종의 주가가 높아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메우기에 적절치 않다. 남은 대안이 은행주 정도인데 시장이 얼마나 인정해 줄지 미지수다.

결국 주가가 조정을 겪는 동안은 중소형주가, 3분기 이후 재상승기에는 그동안 크게 올랐던 대형주 이외에 다른 대형주들이 주도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