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라고 하면 왠지 거창해 보인다. 뭔가 그럴 듯한 ‘자산’이 있는 부자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용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 대신 차라리 괜찮아 보이는 추천상품을 골라주는 것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마치 두통으로 약을 찾을 때 원인에 대한 진단보다는 일단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진통제에 먼저 손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급하더라도 기본적인 목표와 방향은 정해 두고 진행해야 한다. 이는 돈이 많고 적고와는 관계없는 개념이다. 재무설계를 잘하려면 자산관리에 대한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에 가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먼저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해지고 난 다음에 거기까지 무엇을 타고 갈지를 고민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재무설계의 기준이 되는 자산관리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박보다는 승률을 높이는 전략

흔히 재테크를 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수익률이 높아 재테크 성과가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재테크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다수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은 수익률로 승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테크 코치들을 많이 두고 있기 때문에 고수익을 노리는 대박 투자보다는 작지만 알찬 수익을 쌓아가면서 승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한 방의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배트를 짧게 잡고 단타를 노려 출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PB 고객들의 자산관리 비법은 고수익이 아니라 실패를 줄이면서 착실히 수익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욕심내지 않고 리스크를 관리해가며 차근차근 성과를 쌓아가는 방법, 그 해답은 자산 배분을 통한 포트폴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자산의 규모와는 별 상관없다.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아마도 수차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내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하지’라는 현실적인 물음이 던져지면 막연한 경우가 많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맞는 해답인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 사실 포트폴리오는 다양하게 많은 예시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정답인 포트폴리오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이는 마치 입는 옷과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어울리는 옷이라도 막상 내가 입었을 때는 어색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권장 포트폴리오는 참고는 하되 무조건 거기에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최고의 포트폴리오는 내게 가장 잘 맞는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내게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무목표, 투자여건, 투자성향 등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상품 또는 투자비중을 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자신의 투자조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쭉 언급한 것처럼 추구하는 자산관리의 목표는 무엇인지, 자금의 목적이나 투자기간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추구하는 재무목표가 높다면 아무래도 고수익을 기대하는 고위험 투자자산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야 한다. 반면 지금 있는 자금이 사용 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고 사용시기가 길지 않다면 가급적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금의 성격과는 별개로 자신의 투자성향도 짚어봐야 한다. 성향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가 매우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고 오히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가 적합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둘 중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쪽을 찾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보다 효율성 있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이든 안정적이든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기보다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으로 고루 안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성향에 따른 상품 결정해야

자신의 투자조건을 결정했다면 그에 적합한 상품이나 투자비중을 정해야 한다. 정기예금과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은 투자위험이 없는 만큼 가장 안전한 투자처인 대신에 이율이 낮기 때문에 기대수익은 가장 낮다. 확정금리형 외에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을 실적배당형 상품이라고 하며 펀드나 신탁 등 투자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투자상품의 기대수익은 어느 자산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가에 따라 제각각이다. 펀드를 가지고 설명하면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일수록 공격적인 상품이며 그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도 높아진다. 주가가 오르면 큰 수익이 나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에 따른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주식비중은 낮고 채권비중이 높거나 아예 주식 외에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일수록 리스크가 작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만큼 기대수익도 그만큼 낮아진다. 요즘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지수연계펀드(ELF)처럼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미리 정한 수익을 지급하는 리스크관리형 구조화상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경우라면 아무래도 주식고편입 펀드 내지는 고수익 ELS 등이 적합하고 안정성향의 투자자라면 주식저편입 내지는 채권펀드 등이 적합하다.

◆투자비중으로 조절하는 것도 방법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펀드를 다르게 가입할 수도 있지만 같은 펀드에 가입하면서 투자비중을 가지고 조절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공격성향의 투자자나 안정성향의 투자자나 모두 주식펀드에 가입하되 공격적인 투자자가 주식형펀드와 안전자산의 비중을 7 대 3으로 구성한다면 안정적인 투자자는 거꾸로 3 대 7 식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5 대 5 비중을 중심으로 연령이 높고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시기가 멀지 않은 경우에는 안전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반대로 젊고, 급여 등 안정적인 수입이 유지되는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주식형 펀드라도 이를 어느 주식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특징과 리스크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투자자는 본인의 성향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상품을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효과적인 자산관리는 우선 방향을 정하고 그 다음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순서다. 이때 포트폴리오는 다른 사람의 방식을 모방하기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테크의 수익을 결정짓는 요소 중 90% 이상이 자산관리 방향에 따라 자산을 어떻게 배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급하더라도 기본부터 충실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꾸준히 성과를 올려가는 방법, 바로 포트폴리오 투자에 그 해법이 있다.

한상언 <신한은행 투자상품부 팀장 hans03@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