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오래 사는 것, ‘장수’는 축복이다. 인류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을 뛰어넘어 너도나도 100세까지 살게 된다면 장수가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모 대학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을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42세인 1970년생 남성은 절반(47.3%)이 94세를 넘어서까지 살고, 여성은 절반(48.9%)이 96세를 넘어 생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전에는 ‘건강하게 80세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던 소망이 어느덧 ‘나도 100세까지 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걱정과 근심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한국 사회의 주력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인생 100세 시대 노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외로움 두려움 지루함’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데 반해 선진국 사람들은 ‘자유 행복 만족’이란 말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노년은 삼고(三苦), 즉 빈곤 질병 고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하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출산율(1.24명)로 인해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저성장이 지속돼 한국 사회는 이웃나라 일본과 같이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간다면 2026년에는 젊은이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생활비와 자녀 뒷바라지로 정작 본인의 노후에 대한 준비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에게 노후를 의지하기는커녕 부모가 돈이 없으면 자식들도 발길을 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가 됐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34%가 빈곤층이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생활고 고독 등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택하는 노인들도 10년 새 3.5배로 증가했다.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하셨습니까’라는 말은 이제는 흔히 듣게 됐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생 100세 시대, 은퇴 이후 과연 돈은 얼마나 필요할까.

단순히 밥값만 계산해도 부부가 한끼로 자장면 한그릇(5000원×2=1만원)만 먹는다고 해도 노후생활 30년 동안 3억2850만원이나 필요하다. 아주 평범한 생활을 하려고 해도 7억2000만원이라는 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현금 입금되는 평생소득 마련

여기에 또 하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다. 은퇴 이후 필요한 생활비는 은퇴시점까지는 물론 은퇴 생활 중에도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30년 전인 1980년에는 가구당 평균 생활비가 17만원이었던 데 비해 2010년에는 약 10배 정도 상승한 163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물가란 놈이 우리가 가진 돈의 가치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 필요한 노후자금은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 좋을까? 은퇴 이후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매달 현금이 입금되는 평생소득(Lifetime-Income)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이후 평생소득으로는 대표적으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과 보유한 현금(금융)자산을 통해 발생되는 이자소득 그리고 연금소득이 있다. 부동산 임대소득은 인플레이션 방어 기능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공실로 인한 임대소득의 불안정성과 세제의 복잡성, 보유세 부담이나 부동산 가치 하락, 연령이 많아지면서 건물 관리나 세입자 관리의 어려움 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은퇴 이후 부동산 임대소득에 노후자금을 100% 의존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소득은 골프나 운동, 취미생활, 국내·해외여행 등 노후의 생활을 풍족하게 해주는 여유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현금자산은 유동성이 양호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요즘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수익률 저하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비상예비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의식주와 의료비 등 필수생활비는 연금자산으로 확보할 것을 권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금소득은 사망할 때까지 매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저축과 소비에 대한 습관 점검해야

이제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저축과 소비에 대한 습관을 점검해 보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있으니까 쓰고 보지 뭐” 하다 보면 모아 놓은 것 없이 노후를 맞을 수 있다. 대출로 집 사고, 차 사고, 가구 장만하고, 빚 갚느라 동동거리다 보면 어느새 노후가 된다. 그래도 집 한 채 남았으면 다행이다.

현재 가계의 재무상태(자산·부채 현황)와 현금흐름(수입·지출 현황)을 분석한 후 소득의 30% 이상은 반드시 저축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단기 중기 장기 계획에 따라 각각의 재무목표에 맞는 투자를 해 간다면 은퇴 후 본인이 원하는 노후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저축 패턴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저축보다는 투자로 패턴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원금보존을 추구해 확정금리형 상품에 투자하다 보면 저금리 시대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은퇴 준비를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자녀다. 부부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준비해가는 데 최대의 적은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비용이다. 자식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수익률이 가장 낮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학원비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모르고 자라는 자녀들, ‘돈맹’으로 커가는 자녀들에게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부모의 소득이 언제까지, 얼마나 가능한지, 언제부터 소득이 불안정해지는지, 한 달에 교육비로 쓸 수 있는 여력이 얼마쯤인지 자녀들과 얘기해봐야 한다. 아직도 “자식농사만 잘 지으면 내 노후는 자식이 책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제 자녀 중심에서 부부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후자금 준비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20~30년 후 일이라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원하는 노후자금을 만들기에 점점 더 부담이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65세 은퇴시점에 노후자금 10억원을 만들기 위해 30세부터 저축을 시작한다면 월 45만원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10년 늦은 40세부터 시작하면 월 저축금액은 105만원으로 늘어나게 되고, 50세부터 시작한다면 저축금액은 무려 284만원으로 늘어난다(투자수익률 8%, 연복리 기준).

윤석태 <대한생명 경인지역 FA센터장 yhygap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