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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보안 노이로제'에 걸린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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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설 도쿄/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지난 12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소니 본사 2층 콘퍼런스홀. 벼랑 끝에 선 소니를 구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의 취임 간담회가 열렸다. 신임 최고 경영자(CEO)의 데뷔무대인 만큼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몰렸다. 한국 기자들도 소니 CEO 행사에 처음으로 초대받아 간담회에 참석했다.

    행사 전부터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행사도 예정대로 오후 3시 정각에 시작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상당수 기자들이 인터넷을 쓸 수 없었던 것. 소니 공인 노트북이 아니면 소니 무선망을 쓸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 기자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무제한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해 갔지만 이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소니 측에서는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상 인터넷 사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해를 구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두 시간 가까이 노트북을 켜놓고 있어야 하는 행사였음에도 외부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장비가 하나도 없었다. 10분 동안 헤매다 한 구석에서 겨우 찾은 콘센트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 먹통이었다. 이 광경을 본 소니 본사 직원은 “바로 조치해 주겠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30분이 지나서야 돌아온 답변은 “사용할 수 없다”였다.

    행사가 시작된 지 한 시간쯤 지나자 노트북 배터리가 소진돼 자리를 뜨는 기자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들이 콘퍼런스홀 대신 자리 잡은 곳은 소니 본사 1층에 있는 일반 커피숍이었다. 기사 마감시간이 임박해 가장 가까운 장소를 택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무선인터넷도 잘 터졌고, 전기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일반 커피숍보다도 기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소니 콘퍼런스홀. 자신들의 부활 선언을 취재하러 온 세계 각국의 기자들에게 ‘보안 중시’만 되뇌이는 소니 직원들. 여전히 외부 환경에 폐쇄적인 일본 정보기술(IT) 산업과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소니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었다.

    1996년을 배경으로 한 인기 개봉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소니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D플레이어가 여러번 등장한다. “소니에 부족했던 스피드와 도전정신을 보완해 소니를 부활시키겠다”는 히라이 사장의 다짐이 어떻게 현실화될지 두고볼 일이다.

    정인설 도쿄/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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