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은 엄존하는 현실이다. 연초만 해도 100석을 넘기기 어렵다던 새누리당에 과반의석을 안긴 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힘이다. 여권 내에선 올 연말 대통령 선거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대세론은 어쩌면 당연한 화두다.

‘박근혜 대세론’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높은 대중성이다. 흔들림없는 15% 안팎의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정치인은 3김 이후 그가 유일하다. 30%가 넘는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는 배경이자 총선 승리의 밑거름이다. 그가 찾은 선거구에선 3%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봤다고 한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이회창·이인제는 실패

영남 지역기반도 그에겐 중요한 ‘정치 자산’이다. 영남의 유권자 수는 전체의 26%에 이른다. 충청(10%)과 호남(9.7%)을 합한 것보다 많다. 지역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우리 풍토에선 절대 유리하다. 영남 출신 대통령이 많았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지역구도가 고착화된 1970년대 이후 비(非)영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민주통합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당이다. 영남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프리미엄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세론’은 부인할 수 없지만, 대세론이 대통령 당선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전혀 별개다. 1990년 이후 대세론이 통한 건 김영삼 전 대통령뿐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전 경기도 지사의 ‘대세론’은 실패했다. 세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박 위원장도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영·호남 대결구도의 붕괴 조짐과 야당에 기운 40대 표심, 수도권 약세는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다. 먼저 든든한 ‘빽’이었던 영남이 흔들리고 있다. 확고한 텃밭은 대구·경북 정도다. 부산, 울산, 경남(PK)이 심상치 않다. 대선 풍향계인 정당 득표율을 보면 균열조짐이 뚜렷하다. 야권연대(민주+통합진보)의 득표율은 부산이 40.2%, 울산 41.5%, 경남 36.1%였다. 이쯤 되면 PK를 더 이상 ‘텃밭’에 포함시키기 어렵게 됐다.

PK균열·수도권벽 넘을까

게다가 대선 경쟁자인 야당후보 중 손학규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PK 출신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 지사 중 한 사람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PK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영·호남 대결구도가 붕괴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50대 이후가 여당을 지지하고 20, 30대가 야당을 지지하는 ‘세대 대결’은 새로운 트렌드다. 50대 이상과 20, 30대의 유권자 수는 비슷하다. 2030 투표율이 최근 부쩍 높아지면서 여당에 유리했던 세대투표 구도는 무너졌다. 결국 40대에서 결판이 난다. 40대는 50대 이후보다는 2030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 위원장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 약세는 또 다른 한계다. 과반의석을 얻었지만 수도권에선 패했다. 영·호남 대결구도가 깨지는 상황에서 수도권 약세는 치명적이다. 결국 대세론의 성공 여부는 이 세 가지 시험 통과 여부에 달렸다. 게다가 총선 승리는 유권자의 견제심리를 발동시킬 수 있다. 수세에 몰린 야권이 극적인 ‘대선 드라마’를 만들 여지도 그만큼 커졌다. 총선은 ‘박근혜 대세론’의 허와 실을 명확히 보여줬 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