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포천 200대 기업 진입을 위해서는 뭔가 하나 더 있어야 합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사진)이 2016년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아시아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추세대로라면 그룹의 목표인 2020년 포천 200대 기업 진입은 거의 확실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간신히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초과 달성을 하려면 뭔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신사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현재 계산으로는 포천 200대 기업이 되려면 매출이 100조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두산그룹 매출은 약 26조2000억원이었다.

그는 “신사업은 제조업이거나 제조업에서 파생되는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당초 2014년께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2년 정도 더 여유를 두고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인 기업 인수·합병(M&A) 계획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당분간 없다고 했다”며 신사업도 현재의 두산그룹을 만든 M&A를 통해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신사업은 기존 사업과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는 없더라도 최소한 인적자산을 공유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사업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스마트폰을 좋아하니까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관련 사업을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데 이제는 좋아하는 사업을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첨단끼리 경쟁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하고 싶다고 덤벼들어서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두산의 성공적인 사업구조 전환 사례를 발표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1998년 매출의 67%를 소비재 사업이 차지했던 두산그룹 사업구조는 지난해 인프라 사업 비중이 85%에 달할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1998년 12%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 비중도 지난해 58%로 늘어났다. 그는 이같이 성공적인 전환을 할 수 있었던 비결로 △철저히 계산된 리스크 감수 △컨설팅 회사 등 외부 자원의 적극적 활용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의사 결정 △글로벌 기업에 맞는 조직 운영 등을 꼽았다.

박 회장은 “남은 과제는 공통된 가치에 기반한 기업문화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A를 통해 사업구조를 전환하다보니 현재 두산 직원들 중 96%가 입사한 지 10년이 채 안 된 사람들”이라며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공통된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업종을 잘 고른 기업이라도 업종이 쇠퇴하면 쇠퇴하고, 상품을 잘 고른 기업도 그 상품이 쇠퇴하면 쇠퇴하지만 사람을 잘 키운 기업은 100년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스턴=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