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봇’은 인도 작품이다. 할리우드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이보그 영화에 아시아 국가가 도전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3800만달러(430억원)를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억2000만달러(1370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영화는 바시가란 박사(라지니칸트)가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 ‘치티’를 개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치티는 박사의 약혼녀 사나(아이쉬와라 라이)의 대학 과제를 대신해줄 정도로 머리가 좋다. 육체적으로도 초능력을 발휘하며 그녀를 치한들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러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결함 때문에 국방부 프로젝트에는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바시가란 박사는 고심 끝에 기쁨, 분노, 사랑을 느끼는 감정 프로그램을 치티에게 이식한다. 그러자 치티는 사나와 사랑에 빠지면서 박사의 명령을 거부한다. 이에 격분한 박사가 치티를 폐기하지만 악당 보라는 그를 수리해 파괴 프로그램을 넣는다. 초강력 악당으로 변한 치티는 도시를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한다.

영화는 로봇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다. 감정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지만 파괴의 근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온갖 골치 아픈 문제들도 감정에서 비롯된다. 치티가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프로그램으로 교육받았을 때만 인간과 공존할 수 있었다.

치티의 액션 장면은 약간 들떠 있다. 기차 위를 달리거나 빌딩과 자동차를 부수는 장면들이 할리우드 영화보다 못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풍부한 에피소드로 장면의 약점을 만회한다. 까다로운 우리 관객들도 만족할 만하다. 볼거리도 많다. 후반부에 나오는 치티와 클론(복제 로봇)들의 합체 로봇은 ‘매트릭스’와 ‘트랜스포머’를 합쳐놓은 듯하다.

인도 영화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을 만큼 보편성을 띠고 있다. 춤과 노래로 엮은 단조로운 장면 전개에서도 벗어났다. 지난해 개봉된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는 잘 짜여진 이야기로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의 장르영화 규칙을 흡수해 인도식 에피소드로 버무린 ‘로봇’의 흥행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는 19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