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사진)가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 저리의 자금을 공급하는 대책이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로스는 12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ECB의 장기 저리 자금 공급은 위기 상황을 일시적으로 감추는 데 불과하다”며 “ECB의 조치는 재정이 건전한 나라와 재정위기 나라들의 격차만 벌렸을 뿐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채권시장에서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들의 국채를 사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확산될 것”이라며 “몇 년 안에 유로존이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소로스는 긴축 등을 골자로 하는 신재정협약에 따라 재정위기 국가들의 부채를 줄이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특수목적기구(SPV) 역할을 강조하면서 “재정협약을 어기는 회원국은 SPV가 보유한 국채 이자를 상환하거나 원금 일부를 갚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이와 함께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데스방크는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분데스방크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채를 매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다른 채권단들도 덩달아 채권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독일이 최근 들어 신용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채무국들은 독일의 긴축을 바라지 않고 있다”며 “독일의 긴축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