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만 해도 해외 주재원 등으로 근무하다 귀국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소니TV를 사들고 오는 것이 유행이었다. 국내보다 가격도 싼 데다 당시만 해도 소니TV는 대부분 가정에서 하나 쯤 갖고 싶은 고급 가전제품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소니가 지난해 창사 66년 만에 최대인 5200억엔(7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소니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TV사업부문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소니의 TV사업 부문은 한때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며 부러워했던 대상이었다. 하지만 높은 브랜드 가치에만 의존해 오랫동안 구조조정이나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다. 그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심각성을 깨달은 소니는 전 직원의 6%인 1만명을 감원 하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해 있다.

소니가 어제 이례적으로 한국기자들을 본사로 초청했다.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현재 소니가 처한 상황을 솔직이 설명하고 앞으로의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한때 한국 기업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소니가 한국 언론 앞에서 일종의 반성문을 읽은 셈이다. 갑자기 소니가 왜 이런 행사를 준비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최근 소니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보도되는 데 대한 대응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국 언론 앞에서 발가벗은 자신을 채찍질하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얘기다. 이유가 무엇이든, 소니의 위기는 어떤 기업도 혁신과 변화 없이 현실에 안주하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음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우리 기업에도 경종이 아닐 수 없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나선 소니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