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9대 총선에서도 현직 대학 교수들이 대거 출마해 ‘폴리페서(정치참여 교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강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데다 당선자는 향후 4년간 휴직할 수밖에 없어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선거에 떨어진 교수들도 상당수 대학 강단에 복귀한다는 방침이어서 눈총을 받고 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에서 29명의 현직교수(겸임·초빙·외래·명예·특임·대우·석좌교수 제외)가 출마해 6명(20.7%)이 당선됐다.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정규교원은 아니지만 교수 직책을 갖고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는 47명으로 이 가운데 10명(21.3%)이 당선됐다. 비례대표는 새누리당 6명, 민주통합당 3명(1명은 초빙교수)으로 전체 54명 가운데 9명(16.6%)을 차지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서초을에서 당선된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학기 계량경제학과 경제학특강 등 2개 과목을 강의하고 있었으나 선거운동 기간에 이어 앞으로도 강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광주서갑 당선자인 박혜자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도 선거운동 기간 강의를 다른 교수에게 맡겨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 학기에 휴직한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새누리당·경기 성남분당갑)와 올 여름까지 안식년인 박성호 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새누리당·경남 창원의창) 등은 이번 학기 강의를 맡지 않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올 2학기부터 4년 가까이 휴직이 불가피하기는 마찬가지다.

문대성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새누리당·부산 사하갑)는 2학기에 강의가 예정돼 있으나 박사논문 표절 시비까지 불거져 학사행정마저 불편을 초래할 전망이다. 경민대 총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경기 의정부을 당선자는 의정활동과 총장직을 병행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비례대표 당선자인 새누리당 신경림 이화여대 간호과학과 교수와 민주당 홍종학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등 9명도 의정활동 기간에는 휴직이 불가피해 학생들의 수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낙선한 교수들의 처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성노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 최원식 부산대 바이오산업기계공학과 교수, 강지용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등은 선거기간 휴강하는 등 부실 수업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대 관계자는 “선거운동 기간이 지난 이후 보충강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학생들로서는 피해가 우려된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수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출마했다가 당선되면 휴직하고 낙선하면 슬그머니 돌아오는 일부 정치교수들이 강의와 연구에 전념해야 하는 대학가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며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에 대해 개의치 않는 교수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선거운동을 지원한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 폴리페서

정치학(politics)과 교수(professor)의 합성어. 본업인 연구와 강의보다는 현실정치와 관련한 활동에 치중하거나 그런 활동을 통해 정·관계의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일컫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