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오바마와 롬니의 대결…첫싸움은 '버핏룰'
오는 11월6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을 공화당 후보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사실상 확정됐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와 2008년 당 내 경선에서 패한 뒤 대통령 도전 ‘재수’에 나선 롬니의 대결이다. 두 진영 간 핵심 쟁점은 부유층 증세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 중인 ‘버핏룰(Buffett Rule)’ 도입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공방전에 돌입했다.

○샌토럼, 공화당 경선 포기

공화당 경선에서 롬니의 최대 적수였던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11일 경선 포기를 발표했다.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롬니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샌토럼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275명(CNN 집계)이다. 651명인 롬니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는 막내딸의 건강도 사퇴 요인으로 작용했다.

샌토럼 전 의원은 정치적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오늘부터 선거운동을 중단할 것”이라며 “11월6일 본선에서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롬니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또 다른 공화당 후보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롬니가 총 대의원의 과반수(1144명)를 확보할 때까지 경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큰 의미는 없다. 그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샌토럼보다 훨씬 적다. 롬니가 대의원 과반수를 챙기면 오는 8월27~30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은 51% 대 44%였다. 오바마가 호감도, 외교, 중산층 문제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롬니를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섰다. 롬니는 재정적자 감축 능력 항목에서만 오바마를 두 자릿수 격차로 제쳤다. 경제정책 운용 항목에선 롬니가 47%로 43%인 오바마를 근소하게 앞섰으나 일자리 창출 능력에선 오바마가 46%로 43%인 롬니의 지지율보다 높았다.

○부유층 증세 vs 계급투쟁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버핏룰 도입을 주장하면서 롬니를 선제 공격했다. 오바마는 본선 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주에서 “현재 특정 자리에 오르려고 뛰는 공화당의 일부 인사가 공정하게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맹공했다. 사모펀드를 운영해 막대한 부를 쌓은 롬니를 겨냥한 것이다. 롬니의 재산은 1억9000만~2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2100만달러의 연소득을 올려 이 중 14.5%를 세금으로 냈다.

오바마 진영이 문제 삼는 것은 일반 근로소득자의 최고세율인 35%보다 낮은 롬니의 세율이다. 롬니의 소득 대부분은 15% 세율이 적용되는 배당소득과 자본이득이다. 기존의 배당소득세율(35%)과 주식, 채권 등의 거래에 따른 자본이득세율(35%)을 각각 15%로 낮춘 것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었다. 기업이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익으로 배당을 하기 때문에 이에 또 세금을 물리면 이중과세라는 점과 배당으로 살아가는 은퇴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배당소득세율을 낮췄다. 자본이득세 감면은 창업과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오바마는 “(롬니와) 나처럼 감세 혜택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계속 감세 혜택을 줘야 하느냐”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재산은 1000만달러 안팎이다. 오바마 재선캠프 책임자인 짐 메시나도 “롬니는 부자의 세율이 중산층보다 계속 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자신도 세금을 공정하게 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가세했다.

롬니 진영은 즉각 반격했다. 게일 지코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증세 정책을 통해 재선되려는 역사상 첫 대통령”이라면서 “그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을 올리길 원한다”고 비난했다. 버핏룰은 계급투쟁을 부추기는 세금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상원은 오는 16일 버핏룰 도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원과 달리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버핏룰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더라도 오바마 진영은 빈부 격차를 지속적인 쟁점으로 삼을 전망이다.


◆ 버핏룰

Buffett Rule. 일명 버핏세로 통한다. 워런 버핏은 주로 배당금과 자본이득인 자신의 소득세율이 17.4%인 반면 비서의 근로소득세율은 30%가 넘는다면서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 이에 착안한 오바마 정부는 과세 불평등 해소를 명분으로 버핏룰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배당소득과 자본이득(현행 15% 과세)을 포함해 연간 총 소득이 100만달러를 웃도는 부유층에 최소한 30%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