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인하 갈등' 제약協, 둘로 갈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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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중소형社, 대응방식 놓고 정면 충돌
동아·녹십자 등 대형 8社, 5월 별도 단체 설립
동아·녹십자 등 대형 8社, 5월 별도 단체 설립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녹십자·대웅제약·유한양행·한미약품·종근당·JW중외제약·명인제약 등 8개 대형 제약사는 최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이르면 다음달 초 ‘제약산업 미래혁신포럼(가칭)’을 조직하기로 결정했다. 포럼의 간사는 조순태 녹십자 사장이, 대변인은 이행명 명인제약 사장이 맡았다.
이 사장은 창립 배경에 대해 “급변하는 제약환경 속에서 중소제약사 중심의 제약협회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신약 연구·개발(R&D)에 대해 정부와 논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일본도 R&D·복제약·일반의약품 등 주력 분야에 따라 협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다음달 선정할 ‘혁신형 제약기업’도 신약개발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선정 가능성이 높은 혁신형 제약사들의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포럼 측은 이달 중 R&D 능력을 갖춘 업체를 추가로 모집해 회원사를 30여개로 늘리고 다음달 새로운 제약단체를 출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대형·중소제약사 간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많다. 포럼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8개 제약사는 제약협회 전임 집행부다. 지난 2월 제약협회 정기총회에서 중소제약사들의 지지로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사진)가 이사장에 선출되자 이들 8개사는 지난달부터 제약협회 회비 납부를 거부하는 등 현 집행부를 보이콧해왔다. 또 최근 윤 이사장이 8개 제약사 대표들에게 협회 부이사장을 맡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또한 거절했다. 전통적으로 제약협회는 상위 제약사 중심의 이사장단이 이사장을 추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올해는 중하위권 제약사들이 경선을 고집해 윤 이사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한 대형 제약사 대표는 “정부의 약값 인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논의도 없이 정부와 소송을 벌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큰소리쳤던 윤 이사장이 말을 바꿔 소송을 중도에 취하했다”며 “이미 업계의 신뢰를 잃은 만큼 협회 내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일성신약·에리슨제약·KMS제약·다림바이오텍 등 중소 제약사 4곳은 지난달 약가 인하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일성신약·다림바이오텍은 며칠 만에 소송을 취하했었다.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윤 이사장은 “내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정하면 될 일”이라며 사퇴거부 의사를 밝혔다. 별도기구 출범과 관련, 그는 “시기상조이며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달 초 출범하는 ‘혁신포럼’에 매출기준 상위 10대 제약사 가운데 보령제약·일동제약은 참가를 유보했다. 현재 제약협회의 회원사는 203개로, 이 가운데 포럼참가 8개사의 매출은 업계 전체의 30%인 4조원에 달한다. 중상위 제약사까지 포럼에 합류할 경우 전체 제약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