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달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주요 임원들과 시사회를 가졌다. 현대차의 첫 브랜드 광고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 CF 품평회였다. CF의 줄거리는 중년 남성이 제네시스를 타고 가족과 재회하는 것으로, 정 부회장은 “영상도 세련되고 감동적”이라며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식’ 브랜드 마케팅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10일 브랜드 전략 설명회를 열고 “고객에게 사랑받는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이달부터 신규 브랜드 캠페인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강조하던 기존 광고 컨셉트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브랜드 방향성으로 ‘모던 프리미엄’을 제시하고, 사내 마케팅 부문을 진두지휘해 왔다. 모던 프리미엄은 ‘경제성이 있는 합리적인 고급스러움’을 의미한다. 현대차 마케팅사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성능, 품질, 가격면에서는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데 정작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왔다”며 “애플, 스타벅스, 페이스북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호 교감하는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마케팅사업부 내 브랜드전략팀을 전략실로 확대했다. 인력도 65명으로 늘렸다. 현대차는 앞으로 마케팅 부문을 제품과 브랜드의 투트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브 브릴리언트’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는 통로도 만들었다. ‘찬란한(brilliant)’이란 형용사로 컨셉트를 잡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동주 현대차 브랜드전략실 이사는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현대차가 강조하는 것은 심플, 크리에이티브, 케어링 세 가지”라며 “기능적 측면에서 단순하고 조작이 편리하며 창의적 디자인과 애프터서비스(AS)의 세심함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전년 대비 4단계 올라선 6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는 도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처럼 별도의 고급 브랜드로 분리하는 대신 소형차부터 고급차까지 전체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전략을 택했다”며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을 거둔 정 부회장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