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남는 브랜드에는 긍정의 힘이 작용하는 법이죠.”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65·사진)은 10일 한국프랜차이즈협회·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프랜차이즈포럼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파워’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 더플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프랜차이즈 업계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학계, 관계, 민간연구소 등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브랜드 파워의 핵심요소로 신용, 호감, 지속성 등 3가지를 꼽은 뒤 이런 핵심요소들을 뒷받침하는 게 열정과 창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도 이런 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용과 호감이 오래도록 유지되려면 책임과 진정성, 희망의 스토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드라마에도 ‘권선징악’이라는 희망의 스토리가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2007년 교체된 우리나라 지폐의 앞면과 뒷면을 찍은 사진을 자세히 보여준 뒤, 스토리텔링이 브랜드파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1000원권 지폐 두 가지를 화면에 띄운 뒤 “구권의 앞면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얼굴과 투호기구가 등장하고 뒷면에는 퇴계 선생이 세운 도산서원 그림이 나온다”며 “역사를 빛낸 인물과 그가 세운 학교, 학습도구가 나란히 등장함으로써 우리가 문화민족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권에는 인물만 살아 있고, 배경으로는 산야의 풍경을 집어넣어 아무런 의미없는 돈이 돼 버렸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돈 하나를 디자인하더라도 역사와 문화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 상품들이 세계인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는 문화 브랜드를 앞세워 그들의 마음을 열어놓은 다음에야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와 총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사학자로서 높은 식견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서기 7세기에 충남 서산의 암벽에 새겨진 ‘서산마애삼존불상’에 대한 설명 대목에서다.

이 불상에는 중앙에 석가여래, 왼쪽에 반가사유상(제화갈라보살), 오른쪽에 미륵보살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장하는 부처가 나란히 자리잡은 것은 물론 불상이 하나같이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다. 그는 “백제 쇠락기에 좌절하는 백성들에게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며 “맥도날드처럼 세계인을 사로잡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키우려면 그 안에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2010년 7월까지 4년 동안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뒤 같은해 10월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았으며, 건양대 석좌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