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부터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연구·개발(R&D)과 해외 진출 역량을 갖춘 제약사를 선정해 조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선정 기준과 평가방법 등이 불분명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다음달 4일까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위한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신청 자격은 국내외 제약사와 신약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되면 크게 세 가지 혜택을 받는다. 우선 선정 후 1년간 생산하는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68%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 일반 제약사는 59.5%만 인정받는다. 또 정부 R&D 사업시 가점 부여, R&D 투자액 등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 등이 주어진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뽑히기 위한 1차 관문은 최근 3년간(회계연도 기준) 의약품 매출 대비 연구·개발 실적이다. 연 매출 1000억원 미만 제약사는 7% 이상(또는 투자액 50억원 이상),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제약사는 5% 이상, 미국·유럽연합(EU) 수준의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 시설 보유 업체는 3% 이상이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 탈락한다.

배점 기준은 △R&D 투자실적, 연구인력·연구생산시설 보유 현황 40% △R&D 비전, 국내외 대학·연구소·기업과 제휴·협력 등 30% △의약품 특허·기술 이전 성과, 우수 의약품 개발·보급 성과 20%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 10%다. 과도한 리베이트 제공 등으로 처벌받은 기업은 배제된다.

하지만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을 모두 몇 개 선정할지, 몇 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지,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인지 상대평가인지 등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세계 10대 제약사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10~20%에 달하는데 정부 기준이 너무 낮다”며 “이 기업, 저 기업 다 살리려다 보니 조건이 너무 낮아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제약업계에서는 480여개 제약사 중 20여곳 정도만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근에는 50개 정도 뽑힐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용석/이해성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