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고객이 은행 대신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를 돌려 달라는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은행들이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것인 데다 금융 소비자들의 이익을 외면하는 처사여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은행연합회와 우리·신한·하나·농협은행의 법무담당자들은 6일 자료를 배포해 “고객이 일방적으로 근저당권 설정비를 전부 부담했다거나 고객 선택권이 배제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윤상 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장은 “2007년 1~12월과 2008년 7월~2009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설정비 부담 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고객이 부담한 경우가 53%, 은행이 부담한 경우가 47%로 거의 비슷했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또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하면 0.2%포인트 정도 금리를 깎아주거나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혜택을 제공했다”며 “은행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거나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토록 하는 공정위의 약관 개정이 정당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리자 은행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지원키로 하고 참여할 소비자들을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공개 모집했다. 참가 신청자는 4만6000여명에 달한다. 일부 법무법인은 이미 개별적으로 소비자들을 모아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