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시아권 출신으로는 처음 한국계 김용 씨가 세계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아시아계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대학인 다트머스대의 총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에 이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 기구에 한국계가 수장으로 취임하게 됐다는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비경제분야 인물이기 때문에 유럽 등 일각에서 세계은행 총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고 필자도 의사 출신이 은행 총재가 된다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주업무가 개발도상국의 의료 교육 식량 등의 지원 및 개발이라는 설명에 충분히 납득이 됐다. 경제 금융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의 경륜을 고려할 때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 재원을 확보하고 본인의 식견과 참모 조언을 통해 지원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해서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는 세계보건기구에서 후진국의 결핵 및 에이즈 퇴치 활동 경력이 있는 데다 다트머스대 총장으로서 재원을 조달하고 조직을 관리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개원 전에는 ‘경영’이라고 하면 숫자나 회계 등이 연상됐으나 피부과를 10여년 운영해보니 경영은 ‘판단의 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는 어디다 새로 병원을 이전할지, 새로운 레이저 의료기를 살 것인지 등부터 작게는 간호사 유니폼을 어떤 걸로 할 건지, 면접 본 사람을 채용할 것인지, 어느 회사의 주사기를 구매할 것인지 등 자질구레한 것까지 매일 끊임없는 판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병원 이미지나 재정에 큰 손실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른 판단을 하려고 주의하지만 항상 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잘못된 판단을 했으면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늘 신경쓰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소를 잃어본 사람은 알기 때문이다.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것처럼 판단력도 자신의 시행착오와 타인의 조언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다. 바른 판단을 위해선 먼저 당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모발이식을 상담받으러 온 환자가 남성형 탈모인지 아니면 원형탈모의 심한 형태인 전두탈모인지를 먼저 감별진단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발이식을 하더라도 이 환자에게 어떤 방법이 최선의 효과를 낼지 모색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필수적인데 본인이 그 분야에 정통하면 제일 좋겠지만, 아니라 해도 겸허하게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인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다. 필자도 경영전문가인 친구를 멘토로 여기고 중요한 문제는 반드시 조언을 듣고 있다. 다음주에는 총선, 연말에는 대선이 있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선출돼 대한민국이란 기업을 잘 경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구일 < 모델로피부과 대표원장 doctorseo@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