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서 올해 안에 에너지·자원 관련업체, 은행 등 50개 안팎의 알짜 기업이 인수·합병(M&A) 매물로 쏟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에는 그리스석유공사 그리스수자원공사 등이 포함돼 있어 한국 기업들이 싸게 유럽기업을 사들일 기회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신문과 삼일회계법인이 5일 서울 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동 개최한 ‘유럽에서의 투자 기회’ 란 주제의 국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밝혔다.
○그리스, 국영기업 민영화
아사나시오스 카라패차스 주한그리스대사관 상무관은 “그리스는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민영화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면서 올해만 36억유로(5조4000억원), 2015년까지 총 190억유로(28조원)에 달하는 국영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3~4위 국영기업인 그리스석유공사(HELPE)와 복권발행공사(OPAP)를 포함해 글로벌 니켈제련 업체인 라르코(LARCO),수자원공사(EYDAP) 등 13개 국영 기업 및 은행이 오는 5월부터 속속 민영화될 예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수근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제휴업체인 글로벌 PwC를 통해 확인한 결과 재정위기와 부동산 거품 붕괴로 타격을 받고 있는 스페인에서도 신재생에너지기업 3개, 수처리업체 4개 등 총 17개 기업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건설업체와 이들이 보유 중인 엔지니어링업체, 고속도로·주차장 등 부동산도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재정위기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지만 터키에서도 M&A 기업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박 부대표는 “터키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는 터키 최대 천연가스회사인 이그다스(IGDAS) 등 에너지업체 4개, 은행 2개 등 총 19개 국영기업이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탈리아 소재·부품 기업 주목
마시모 베네데티 PwC이탈리아 파트너는 “이탈리아는 작년 11월 출범한 마리오 몬티 내각이 노동개혁 등 경제 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패션·명품, 음식료, 산업소재 및 장비, 자동차부품, 생명과학,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이탈리아 중소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김영대 삼일회계법인 딜비즈니스 부문 이사는 “국내 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유럽의 다양한 잠재 매물 기업을 대상으로 원천기술 확보 가능성, 인수 후 시너지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가격 수준 등을 보고 실제 M&A에 나설지 여부를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선 국내 기업들이 유럽 기업을 M&A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도 소개됐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M&A 담당 변호사는 “유럽 기업을 인수할 때는 매수·매도인이 일정 매매 가격에 합의한 뒤엔 잠재부실 등이 추후 발견돼도 가격 조정을 할 수 없는 거래방식이 종종 적용된다”며 “M&A에 앞서 충분한 자산부채 실사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