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덕분에 고성장 모멘텀을 확보했습니다. 올해 일본 타이요 유덴을 잡고 글로벌 3위를 꿰찰 겁니다.”

김지호 와이솔 대표(54)는 “올해 매출은 1500억원, 글로벌 시장점유율(MS)은 창사 이래 처음 두 자릿수로 잡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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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솔은 휴대폰 통신에 필요한 주파수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부품 ‘소필터’(saw filter)를 만드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2008년 첫해 70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10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립 이래 4년간 연평균 매출 신장률이 53%에 육박하는 가운데 올해도 전년 대비 50% 성장할 것으로 김 대표는 자신하고 있다.

철저한 연구·개발(R&D)에서 나온 국산화가 자신감의 원동력이다. 이 회사는 창립 초기부터 설비 국산화에 승부를 걸었다. 회사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R&D 인력이 매달려 일본에서 수입하던 고가 설비를 자체 제작, 투자 비용을 2분의 1 정도로 줄이면서 생산성은 2배로 높였다. 경쟁력이 4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는 “와이솔은 전체 직원 3명 중 1명이 R&D 인력일 정도로 기술 중심 회사”라며 “기술력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올라갔지만 가격은 낮아져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게 증거다.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인 가운데 다른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도 2분기 중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소량 납품하기 시작한 중국 ZTE는 올해 주문량이 대폭 늘어났고 현지 또 다른 휴대폰 제조사 화웨이는 개척이 진행형이다. 김 대표는 “이제 노키아와 애플이 다음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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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시장지배력도 확대되고 있다. 2009년 4%였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6%로 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올해는 점유율 10%를 달성하며 타이요 유덴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설 겁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무라타(1위)와 TDK(2위)만 남는 셈이죠.” 이는 친정 격인 삼성전기가 글로벌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을 차례대로 물리치며 세계 2위로 올라선 것과 같은 모양새다.

신사업도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소량 공급한 스마트TV용 RF모듈을 올해부터 대량 공급한다. 소필터 기술력을 응용한 별도의 신제품도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올해 약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유보금과 차입을 통해 투자재원을 조달할 것”이라며 “유상증자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비전은 ‘숫자’(실적)로 얘기하는 것”이라며 “소필터 글로벌 리더는 당연한 길이며 남들이 못하는 또 다른 ‘국내 유일’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산=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