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힘…1명이 508만원 '재정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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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4대 사회보험·근소세 분석
저소득층 2명 기초생활비 지원 가능…기업 1년 일자리 효과 무상보육의 38배
저소득층 2명 기초생활비 지원 가능…기업 1년 일자리 효과 무상보육의 38배
“보건복지부 장관 입장에선 기업들이 불우이웃돕기나 사회공헌에 나서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고용을 늘려주는 것이 더 고맙습니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최근 한 모임에서 한 얘기다. 기업이 고용 확대를 통해 복지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임 장관은 이 같은 맥락에서 기업을 국가 가계와 함께 우리 사회의 ‘3대 복지 공급자’로 꼽기도 했다. 누구나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이 복지에 미치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한국경제신문은 3일 복지부 국세청 등의 4대 사회보험 징수액과 과세자료 등을 토대로 고용이 복지 재원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73조7436억원이라는 금액이 도출됐다. 이는 지난해 정부 복지예산(86조4000억원)의 85% 수준이다.
73조7436억원의 구체적인 산출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근로자와 고용주(종업원 1인 이상 사업체 기준)가 납부한 4대 사회보험료는 58조1626억원(고용주 부담액 31조7181억원, 근로자 부담액 26조4445억원)이다. 여기에 근로자들이 국세청에 납부한 근로소득세 15조5810억원(2010년 기준)을 더하면 된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사내 복지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를 모든 근로자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하는 산재보험 가입자 수(지난해 말 기준, 1436만2372명)와 근로소득자 수(2010년 말 기준, 1517만6782명)로 각각 나눠보면 1인당 4대 사회보험은 평균 405만원, 근로소득세는 평균 103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기업이 고용을 한 명 늘리게 되면 연간 508만원의 재정충당 효과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금액이 정부의 복지예산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 4대 사회보험은 국가가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보험으로 복지예산과 별도로 적립된다. 국민연금(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뜻하며 1인 이상 종업원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고갈될 경우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복지재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임 장관의 설명이다. 소득세 역시 복지재원으로 쓰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고용과 복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73조7436억원이라는 돈은 기업들의 고용 없이는 창출될 수 없는 재원인 점은 분명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0~2세 전면 무상보육에 필요한 올해 정부 예산이 연간 1조9000억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8년간 공짜보육을 실시할 수 있는 돈이 매년 ‘기업 복지’로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 금액은 또 기업들이 매년 사회공헌에 지출하는 금액의 25배가 넘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0개 대기업의 사회공헌 실적은 2조8735억원(2010년)이었다.
고용 한 명당 복지 재원으로 쌓이는 연간 508만원이란 돈은 저소득층 두 명에게 1년간 국민기초생활보장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국민기초생활보장비는 최저생계비 이하인 저소득층(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액이 약 150만원 이하)에게 연간 250만원가량을 지원하는 제도로 가장 기초적인 복지 혜택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무상복지 확대 등 재원 마련이 불분명한 복지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복지의 중요성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내는 준조세 성격의 4대 사회보험이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복지 효과가 간과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4대보험의 위력은 채용 시장에서 드러난다. 지난 2월 시니어 사원(56~60세)을 채용한 롯데마트가 대표적이다. 월급이 80만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당시 400명 모집에 2670명이 모여 경쟁률이 7 대 1에 육박했고 석·박사 출신들도 상당수 몰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4대보험 적용을 눈여겨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복지 전문가는 “지속가능한 복지는 무차별적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고용을 늘려 일자리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복지 선진국이라는 스웨덴 같은 나라도 1990년대 이후에는 복지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최근 한 모임에서 한 얘기다. 기업이 고용 확대를 통해 복지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임 장관은 이 같은 맥락에서 기업을 국가 가계와 함께 우리 사회의 ‘3대 복지 공급자’로 꼽기도 했다. 누구나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이 복지에 미치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한국경제신문은 3일 복지부 국세청 등의 4대 사회보험 징수액과 과세자료 등을 토대로 고용이 복지 재원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73조7436억원이라는 금액이 도출됐다. 이는 지난해 정부 복지예산(86조4000억원)의 85% 수준이다.
73조7436억원의 구체적인 산출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근로자와 고용주(종업원 1인 이상 사업체 기준)가 납부한 4대 사회보험료는 58조1626억원(고용주 부담액 31조7181억원, 근로자 부담액 26조4445억원)이다. 여기에 근로자들이 국세청에 납부한 근로소득세 15조5810억원(2010년 기준)을 더하면 된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사내 복지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를 모든 근로자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하는 산재보험 가입자 수(지난해 말 기준, 1436만2372명)와 근로소득자 수(2010년 말 기준, 1517만6782명)로 각각 나눠보면 1인당 4대 사회보험은 평균 405만원, 근로소득세는 평균 103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기업이 고용을 한 명 늘리게 되면 연간 508만원의 재정충당 효과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금액이 정부의 복지예산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 4대 사회보험은 국가가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보험으로 복지예산과 별도로 적립된다. 국민연금(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뜻하며 1인 이상 종업원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고갈될 경우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복지재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임 장관의 설명이다. 소득세 역시 복지재원으로 쓰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고용과 복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73조7436억원이라는 돈은 기업들의 고용 없이는 창출될 수 없는 재원인 점은 분명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0~2세 전면 무상보육에 필요한 올해 정부 예산이 연간 1조9000억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8년간 공짜보육을 실시할 수 있는 돈이 매년 ‘기업 복지’로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 금액은 또 기업들이 매년 사회공헌에 지출하는 금액의 25배가 넘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0개 대기업의 사회공헌 실적은 2조8735억원(2010년)이었다.
고용 한 명당 복지 재원으로 쌓이는 연간 508만원이란 돈은 저소득층 두 명에게 1년간 국민기초생활보장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국민기초생활보장비는 최저생계비 이하인 저소득층(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액이 약 150만원 이하)에게 연간 250만원가량을 지원하는 제도로 가장 기초적인 복지 혜택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무상복지 확대 등 재원 마련이 불분명한 복지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복지의 중요성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내는 준조세 성격의 4대 사회보험이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복지 효과가 간과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4대보험의 위력은 채용 시장에서 드러난다. 지난 2월 시니어 사원(56~60세)을 채용한 롯데마트가 대표적이다. 월급이 80만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당시 400명 모집에 2670명이 모여 경쟁률이 7 대 1에 육박했고 석·박사 출신들도 상당수 몰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4대보험 적용을 눈여겨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복지 전문가는 “지속가능한 복지는 무차별적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고용을 늘려 일자리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복지 선진국이라는 스웨덴 같은 나라도 1990년대 이후에는 복지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