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電·車군단' 증시에 기 '팍팍'
모처럼 불어온 미국발 훈풍이 코스피지수를 다시 끌어올렸다. 미국 고용과 주택 경기가 바닥을 찍은 가운데 제조업 지표도 호조를 보이면서다. 선진국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삼성전자현대차는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동차업종의 상승 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상승 추세가 이어질지는 중국 경기와 유가 등 남은 변수에 달렸다.

○움츠렸던 미국 소비 살아나나

봄바람은 기대를 걸었던 중국 대신 미국에서 먼저 불어왔다. 2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3월 제조업지수는 전월 52.4보다 오른 53.4를 나타냈다.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면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0.4% 오른 13,264.49로 마감했다.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국내 증시도 환호했다. 코스피지수는 3일 19.99포인트(0.99%) 오른 2049.28로 마감하며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호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특히 미국 제조업지수는 코스피지수의 선행지표로 여겨질 만큼 중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오랜 경기 침체로 소비를 크게 줄였기 때문에 그동안 미뤄졌던 수요가 한꺼번에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 소비 회복과 견조한 기업 이익이 고용시장 개선을 이끄는 선순환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해 말 이후 고용 회복의 기준선인 40만명을 밑돌고 있다. 미국 소비 개선의 열쇠인 주택 경기도 지난해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종 ‘주도권 회복할 듯’

미국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대표 수출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이날 동시에 끌어올렸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삼성전자와 달리 현대차는 최근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차익 실현에 집중하던 기관이 최근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자동차주가 재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날은 현대차를 포함해 기아차(3.43%) 현대모비스(1.37%) 등 자동차 3인방이 모두 올랐다. 이날 운송장비업종은 3.34% 급등하며 IT를 잇는 주도 업종으로 등극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과열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달리 자동차주는 저가 매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내수 부진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106만7000대로 잠정 집계돼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기전자업종은 가격 부담이 높아지면서 코스피지수 주도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반면 자동차업종은 시가총액이 지난해 4월 수준으로 낮아져 있어 상승 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선진국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그동안 소외됐던 소재업종의 매력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유가 변수가 중요

아쉬운 것은 중국 모멘텀이다. 지난달 중국의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두 달 연속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씻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3년 이후 한국 미국 중국 세 국가의 경기선행지수가 동반 상승했을 때 코스피지수의 월평균 수익률은 3.6%에 달했다”며 “중국의 경기 모멘텀 개선은 미국보다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중국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올 경우 외국인 매수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국 금융회사 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과거보다 크게 감소한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 이들이 주식 비중 확대에 나서면서 증시 유동성에 중요한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