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소비 기지개…일당 42만원에도 인부 못구해
“건설 노동자 임금이 일당 3만엔(42만원)에 달합니다.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죠. 그런데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 지바(千葉)현에서 건설업을 하는 가나쓰나 가즈오(金綱一男) 사장은 요즘 일꾼 구하기에 애를 먹는다.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거의 매일 허탕친다. 지진 피해 복구사업으로 건설인력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싸늘하게 식었던 일본 경제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의류 식품 관광 등 대표 내수업종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며 수출기업도 기운을 차렸다. 불안 요인도 있다. 고유가와 전력 부족이 대표적인 걱정거리다. 일본 경제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온기 도는 내수시장

일본 미야기(宮城)현의 직업소개소인 헬로워크. 대지진 피해복구 자금이 풀리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부터 신규 채용 인력이 급증했다. 건설업은 지진 이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후쿠시마(福島)현과 이와테(岩手)현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진 피해를 입은 동북부 3개 현이 건설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건설자재업체들도 호황을 맞았다. 주택용 설비업체인 YKKAP의 동북부 지역 창문 및 새시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배를 넘어섰다.

돈이 풀리는 모습은 의류업종에서도 포착된다. 저가 의류업체인 시마무라의 3월 중 고객 1인당 구매액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다. 세일기간이 아닌데도 봄 신상품을 구매하려는 여성 고객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관광업도 호조다. 여행업체인 긴키투어리스트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골든위크에 한국 대만 등으로 나가려는 예약자가 작년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호황이다.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등 일본 편의점 3사는 올해 전년 대비 30% 많은 신규 점포를 낼 계획이다. 무라타 노리토시(村田紀敏) 세븐앤드아이홀딩스 사장은 “소비심리가 지진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했다.

◆경제지표도 맞장구

건설·소비 기지개…일당 42만원에도 인부 못구해
내수 회복에는 지진 피해복구 자금의 영향이 컸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3차 추경예산을 통해 18조엔을 편성했다. 올해도 4차 추경예산을 통해 2조5000억엔가량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식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 계속 1만엔 선을 웃돌고 있다. 작년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내수 회복은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추세다. 작년 4분기(10~12월) 일본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 3분기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2월 중 일본 내 신차 판매 대수도 52만대로 1년 전에 비해 30% 증가했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내수기업(비제조업)의 3월 단칸지수(단기경제관측지수)는 플러스 5로,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동일본 대지진 부흥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주택 및 인프라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내수 엔진이 돌기 시작했다”며 “일본 경제 전반도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