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사람 안 뽑는다"지만…30대그룹 고용증가율 5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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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쟁점…대기업 어떻게 볼 것인가 (3) 고용없는 성장 누구 책임
근로자 300명 미만이면 대기업 계열도 중기 분류
中企 인력만 늘어난 것처럼 통계적 착시현상 발생
정규직 과보호 정책 등고용 경직성 해소도 시급
근로자 300명 미만이면 대기업 계열도 중기 분류
中企 인력만 늘어난 것처럼 통계적 착시현상 발생
정규직 과보호 정책 등고용 경직성 해소도 시급
“지난 10년간 대기업 종업원 수는 49만명 줄었지만 중소기업 고용 인력은 347만명 늘었다.”(중소기업중앙회, 2011년 5월16일 중소기업 위상지표 발표)
‘고용 없는 성장’의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는 말이다. 대기업들의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고용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재벌그룹의 ‘공룡화’가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입지를 좁힌다는 이런 식의 주장은 청년실업과 사회 양극화를 대기업 탓으로 몰아가는 주범이다. 과연 그럴까. 통계는 다른 말을 한다.
◆매출 늘어도 고용은 감소?
일자리 창출 문제로 대기업을 공격하는 주장은 주로 통계청 수치를 인용한다. 하지만 통계청이 사업장 종업원 수를 기초로 조사한 취업자 수를 대기업 고용 규모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는 게 재계의 항변이다. ‘중소기업 기본법 및 시행령’에 따라 대기업에 속한 사업장(공장·지점 등)이라도 제조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종에서 종업원 수가 300명 미만이면 중소기업 근로자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주요 그룹 계열사 중 300명 미만 기업 비율은 36~68%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은 67개 계열사 중 24곳(36%)의 종업원 수가 300명을 밑돈다.
이런 계열사가 현대자동차는 42곳 중 19곳(45%), SK는 75곳 중 51곳(68%), LG는 53곳 중 30곳(57%), 롯데는 60곳 중 34곳(57%)에 이른다. 안종현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복지팀장은 “지난 10년간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요건인 상시근로자 수 기준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고용 인력은 늘어나고 대기업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통계를 봐도 대기업의 고용이 꾸준히 늘었다는 게 증명된다. 30대 그룹(자산 규모)의 총 종업원 수(임직원 수)는 2001년 65만3000명에서 2010년 106만1000명으로 62.5% 늘었다. 연도별로는 △2001년 65만3000명 △2003년 71만5000명 △2005년 81만6000명 △2007년 90만2000명 △2009년 96만9000명 △2010년 106만1000명이다.
2001~2010년 30대 그룹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은 5.5%로 같은 기간 취업자 증가율(1.1%)의 5배, 임금근로자 증가율(2.4%)의 2.3배에 이른다. 전경련 집계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 계획 규모는 작년보다 3.6% 늘어난 13만6000명이다.
◆고용 경직성 vs 대기업 책임론
고용 확대를 놓고 정부 및 정치권과 재계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채용인력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정부·정치권 요구와 “고용유연성 보장 등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재계의 반론이 맞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엔 대기업의 직접 채용이 많았지만 아웃소싱이 늘면서 대기업 채용인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더라도 고용 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조금이라도 신규 채용을 늘리는 등 ‘고용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재단을 만들어 이익을 환원하는 것보다 고용을 늘려주는 게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며 “정부도 기업이 과감하게 인력을 뽑을 수 있도록 정규직 과보호와 임금 경직성 등을 해결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직무대행은 “대기업 고용이 예전보다 많이 확대되지 않는 것은 산업구조가 성숙한 데다 대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이 축적한 부가 대기업으로 가지 않고 중소기업에 돌아갔다면 일자리가 증가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일방적인 책임 전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대기업들이 주로 수출을 통해 돈을 벌지만 국내 투자와 채용을 소홀히 해 내수 기반을 잃는다면 제살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