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방침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과 관련,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외교채널을 통해 긴밀하게 공조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중국 등 다른 나라도 역시 이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시했다"면서 "동맹국 및 6자회담 참가국들과 `후속 조치(next steps)'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 정부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 논의 등을 포함한 제재 방안에 대해 이미 한국 등과 구체적인 협의에 나섰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특히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의 로켓발사와 관련한 정보교환 및 공조대책을 집중 논의 중이다.

동시에 북한이 로켓발사와 관련해 강경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로켓 발사가 실제 이뤄진 직후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을 통해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대북제재 방안을 집중 협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4월12일 전후로 진행될 북한의 광명성 3호 로켓 발사 계획에 대비해 첨단 이동식 레이더를 태평양 지역으로 파견했다고 CNN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3일 하와이 진주만에서 첨단 이동식 레이더인 SBX(Sea Based X-Band Rader)-1을 출항시켰다.

미군이 출항시킨 SBX-1 레이더는 바다에 뜨는 구조물에 설치돼 있고, 목표물을 찾거나 추적할 수 있으며, 알래스카 기지와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의 요격 미사일과 교신할 수 있다.

일본의 6자 회담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 국장은 북한 로켓발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일 미국을 방문한다.

스기야마 국장은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미국 측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 공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스기야마 국장은 앞서 29일에는 베이징을 방문,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와 만나 북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해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0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재로 안전보장회의를 열고 북한이 발사한 위성의 로켓이나 부품이 일본 영토에 떨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 요격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키리시마호가 북한의 로켓발사를 앞두고 동중국해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코스카항을 출발했고, 오키나와현 미야코섬에는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PAC-3도 배치됐다.

한중일 외무장관들도 오는 7~8일 이틀간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서 만나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광명성 3호 문제 등 지역과 국제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3국 외무장관회담은 오는 5월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지만 북한의 로켓과 핵문제가 긴급 현안으로 대두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국 및 북한 간 접촉도 활발해 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의 리근 북미국장은 1일 독일 베를린 인근에서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측 전직 고위관리들과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스펜 연구소 독일 지부가 개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토머스 피커링 전 미 국무차관 등이 참석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리근 국장은 독일로 떠나기 전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시지 전달을 하는 것이 아니고 호상(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김일성 100번째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을 4월초 평양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중국은 리자오싱 전 부장 등 고위급 인사의 평양 파견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우려와 불편한 심기를 북한 측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