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은 유엔이 정한 스무 번째 ‘세계 물의 날’이었다. 21세기에 가장 가치 있으면서도 고갈될 가능성이 높은 원자재는 원유도 가스도 아닌 물이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 이변이 더 빈번해지면서 가뭄에 대비한 취수원 확보나 집중호우에 의한 도시 침수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국가의 중요 정책과제로 선정해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0~1980년대 경제 성장을 위한 개발우선정책에 따라 국토개발계획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1990~2000년에는 환경관리정책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국토 개발과 환경 관리가 종종 대립해 온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커져 국토 개발과 환경 보전의 통합적 추진이 이슈가 되고 있다.

댐 건설에 있어서도 주위 환경 변화를 고려하고 수몰되는 지역 주민에 대한 대책 등을 수립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졌다. K-water가 ‘감성이 깨어나는 댐’이라는 다목적댐 아이콘을 정하고, ‘기술 문화 그리고 자연이 담겨있는 댐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도 그 일환이다. 댐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이 낙후될 수 있다는 기존의 생각들은 댐을 통해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완공된 경기 연천지역 군남홍수조절지의 경우 대체서식지, 습지 등 댐으로 인한 환경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이 지역의 대표적 철새인 두루미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 방문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나아가 공간에 이야기를 입히고,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하고, 인근 학교 학생들의 투어를 직접 유치하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체험행사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이제는 무미건조한 대규모 토목 구조물인 댐에도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우리나라 전통식 담장의 푸근한 정과 아련한 그리움을 끌어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은 좀 더 나아가면 ‘문화가 바탕이 된 감성이 흐르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빨라지고 편리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기술이 세상에 감동을 주기를 기대한다. 튼튼하고 안전한 댐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우리 시대의 문화재급 대표 댐이 필요한 시기다. 댐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문화환경 이야기 등 감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

제20회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우리는 사람과 자연의 공생에 기초한 수자원의 효과적인 이용과 분배를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일환으로 물의 경관적 심미적 기능을 활용한 아름다운 친수 공간 창출에 더 매진해야 할 것이다.

고양수 < K-water 수자원개발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