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의 발명으로 인류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수레를 통한 대규모 물류 이동이 가능하게 돼 물건의 교환이 활발해지고 이것이 상업의 발달과 문명의 발전에 원동력이 됐다. 인류의 문명은 강가에서 시작됐고 지금 대부분의 도시도 강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4대강 자전거 길을 ‘바퀴와 강의 조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기인 1950년대 후반에 본격 도입돼 주로 운송이나 이동수단으로 사용되다가 최근에야 웰빙 열풍을 타고 레저나 운동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자전거는 새로운 속도의 세계로 진입하는 타임머신이었다. 동네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재미에 해질녘까지 자전거를 타고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런 자전거와의 인연 때문에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게 됐고 지난해 말에는 4대강 914㎞를 자전거로 돌아 종주 1호 인증을 받았다.

최근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확대돼 많은 사람들이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부도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 주변에 자전거 길을 조성해 전국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도록 했다. 4대강 자전거 길로 인해 자전거가 운동수단을 넘어 여행의 수단이 된 것이다. 또한 자전거는 사진찍기, 낚시 등 다른 취미활동과 연계할 수도 있고 간단한 자전거 트레일러를 부착하고 몇 가지 장비만 챙기면 캠핑을 떠날 수도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자전거 도로는 도시 내에만 설치돼 있어 우리나라처럼 전용 자전거 도로가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처럼 낭만적인 풍경이 또 있을까? 그러나 문득 나서보면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함과 낯섦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힘들게 언덕도 오르고 때로는 자갈길과 물길을 건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런 고통과 인내의 여정 때문에 자전거는 인생에 비유되기도 한다.

길은 강을 따라 바다와 맞닿는다. 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다. 강 하구언의 갈대밭을 지나 드넓은 바다를 보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를 느낄 것이며 새로운 희망과 열정을 충전하고 올 것이다.

4대강 자전거 길은 역사 탐방로가 되기도 한다.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고도 부여와 공주를 지나가고 옛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넘던 문경새재와 우륵이 가야금을 타던 탄금대도 지난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가야문화를 볼 수 있고 상류로 거슬러 올라와서는 전통이 살아있는 하회마을을 돌아볼 수도 있다. 또한 맛의 고장 담양 등 각 지방 구석구석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4대강 자전거 길은 마을과 마을, 지방과 지방을 아우르는 문화의 길이고 역사의 길이며 소통의 길이 될 것이다.

스페인의 경우 성 야고보의 행적을 스토리텔링화해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만들었다. 이 순례길에는 구간마다 순례자여권에 스탬프를 받고 전 구간을 완주하면 인증서를 받는데 이런 아이디어가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이번에 만든 4대강 인증제도는 종주노선 50㎞마다 인증센터를 설치해 여행수첩을 발급하고 구간마다 인증도장을 받아 전 구간을 완주하면 인증서와 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향후 인라인, 마라톤, 카약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의 4대강 자전거 길에 역사와 문화 콘텐츠를 연결하면 제주의 올레길과 더불어 많은 외국의 마니아가 찾는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기에는 도시 내 자전거길이 부족하고 자전거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부족하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는 대기오염, 소음 등 많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2%가 안 되는데 만약 5%가 된다면 10조원, 10%면 2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전거 타기는 바쁜 사회생활로 부족했던 운동도 보충할 수 있고 신체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엔진이니 환경문제도 없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4대강 자전거 길이 자전거 인구의 저변확대와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구자열 < LS전선 회장·대한사이클연맹회장 pr@lscn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