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에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실적이 부진해지자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 일부 업종에서는 감원 폭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이르고 있다.

30일 중국증권보 등에 따르면 연간 실적을 공개한 1027개의 상장사 중 30%에 이르는 284개사가 인력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장사 전체로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직원 수가 63만200명으로 전년에 비해 10.3%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폭은 2010년의 15%, 2009년의 24%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이다. 2008년 11%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감원은 가전 방직 화공 무역 등 수출 기업들에 두드러졌다. 가전회사인 메이더(美的)는 9만여명의 생산직 직원 중 32.6%인 3만2000명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업체인 야거얼(雅戈爾), 건설업체인 중국교통건설 등도 직원이 1만명 이상 줄었다. 방직업체인 화시(華西)는 2010년 1700명이던 직원이 지난해 말 610명으로 64%나 줄었고 가전회사인 샤오톈어(小天鵝)도 인력을 25%나 구조조정했다.

반면 보험 은행 항공 등은 인력이 크게 늘었다. 보험회사인 중궈핑안(中國平安)은 4만6000명, 농업은행은 4만4000명의 인력이 증가했다. 중국국제항공이나 동방항공 등도 수만명을 신규 채용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감원 현상의 원인을 수요 위축보다는 경제구조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위리원(于立文) 인력관리전문 연구가는 “2008년의 경우 모든 업종의 수요가 줄면서 대규모 감원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감원이 일부 업종에 제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임금 상승 속에서도 채용 인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전 자동차 무역 등 일부 업종에서는 수요 위축에 따른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닝핑(胡寧平) 쭝헝(縱橫)관리자문 파트너는 “철강업과 고성장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자동차 가전 등은 추가적인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