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80년 금녀의 벽 깨지나
내달 5일부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는 경기 결과 외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팬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오거스타GC가 80년 동안 지켜온 ‘금녀’의 원칙이 깨질지 여부다.

콧대 높은 오거스타내셔널GC가 딜레마에 빠진 것은 마스터스의 3대 후원사 중 하나인 IBM이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로 여성인 버지니아 로메티(사진)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마스터스는 여성을 회원으로 받지 않는 전통을 고수해왔다. 동시에 스폰서 회사의 CEO는 회원으로 초대하는 전통도 지켜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로메티가 IBM의 CEO가 되면서 오거스타내셔널GC가 두 가지 전통 중 하나를 깰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33년 설립된 오거스타내셔널GC는 유명 정치인들의 명문 클럽으로 유명하다. 라운딩 도중에 뛰는 것도 금지할 정도로 보수적인 문화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1990년까지는 흑인 회원도 받지 않았을 정도로 멤버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인종과 성을 차별한다는 비판에도 “클럽의 고유 권한”이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천하의 오거스타내셔널GC라도 비켜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엑슨모빌, AT&T와 함께 마스터스의 주요 스폰서 회사인 IBM은 10번홀 근처에 ‘그늘집’을 설치해놓고 CEO가 회원의 상징인 초록색 재킷을 입은 채 고객들을 접대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