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위 vs 금감원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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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평소엔 잘 협조하던 두 기관이 최근 들어 미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민금융’ 정책 집행을 누가 하느냐는 일종의 주도권 싸움 양상이다. 이 같은 샅바싸움은 지난 19~20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서민금융 1박2일 현장투어’를 다녀온 직후 불거졌다.
통상 정책을 짜는 역할에 집중하던 금융위가 대책 마련, 실행, 직접 점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담당하겠다고 나서면서 금감원과 역할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는 하위기관인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를 서민금융 포털사이트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서민금융119 홈페이지(s119.fss.or.kr)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후속대책을 발표하면서도 “‘금융위를 중심으로’ 서민금융기관과 금융협회 등이 참여하는 서민금융협의회를 만들겠다”며 협의회 구성 주체를 분명히 했다.
이에 질새라 금감원도 서민금융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박2일 투어에 동행한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햇살론을 예대율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의 정책 일부를 먼저 언급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이달 초 급하게 서민금융·금융소비자보호 등을 두루 보는 ‘금융현장점검추진단’을 만들어 지난 26일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수년간 금융감독 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서민금융정책을 두고 갑작스레 두 기관이 주도권을 다투는 것을 총선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민감한 문제는 뒤로 미루고 표심에 도움이 되는 정책만을 다루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양 기관의 직원들도 사소한 감정싸움이 자칫 효율적인 금융정책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장들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역할 분담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