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인력 빼가기 '원천봉쇄'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K사장은 2009년 12월만 생각하면 지금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한 실리콘 점착제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든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한 연구·개발(R&D) 팀장이 동종 업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똑같은 제품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퇴사했지만 말뿐이었다.

K사장은 “개발 완료를 앞두고 기술력을 통째로 가지고 고액 연봉을 제시한 대기업으로 가버렸다”며 “그쪽에서 똑같은 제품을 먼저 출시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청(청장 송종호)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이 같은 중소기업 핵심 기술 인력의 대기업 유출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기술인력 유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유출 실태 조사를 정례화함으로써 부당한 인력 빼가기를 차단, 중소기업의 기술인력난 해소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두 기관은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 기술인력 유출 신고센터 설치,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피해사례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주관 아래 분기별로 기술인력 유출 실태조사를 통해 적발한 불공정 사례에 대해서는 언론에 공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강경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중소기업 기술인력 보호·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기술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인력 빼가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대건 중기청 인력지원과장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은 중소기업 기술인력 유입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은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