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영상 전송 기술의 차세대 세계 표준으로 채택된 ‘디스플레이포트’(DP)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DP는 고화질 영상 데이터를 전송·재생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으로 2013년부터 TV, 노트북, 모니터 등 모든 액정표시장치(LCD) 전자제품에 쓰일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 글로넷시스템즈(대표 이구원·사진)는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포트(1.2V)를 개발, 국제표준기술 검증기관인 영상전자표준화협회(VESA)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고 29일 밝혔다.

DP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전환함으로써 고화질 그래픽을 빠르게 구현해주는 영상 기술의 핵심 부품이다. TV와 노트북, 모니터 등의 LCD 패널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전송하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해줘야 하는데 이 기능을 하는 게 DP다.

지금까지는 저전압차등신호전송(LVDS) 기술이 이 역할을 해왔지만 2013년부터는 모든 전자제품에 DP가 사용될 전망이다. 인텔, AMD, 애플, HP, DELL, 삼성전자, LG전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차세대 영상 전송 기술 세계 표준으로 DP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글로넷시스템즈는 이 기술 개발과 동시에 디스플레이 반도체 업계 1위인 미국 실리콘 이미지(Silicon Image)사와 기술 수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로열티 수입은 물론 공동 마케팅을 통해 DP를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구본성 부사장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130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절반 수준인 65㎚ 반도체를 적용해 반도체 칩 크기와 생산단가를 50% 줄였다”며 “전압도 1.2V밖에 안 돼 3.3V 전압을 쓰는 LVDS 대비 전력 소모를 30% 줄일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가 DP를 개발할 수 있었던 건 ‘올 디지털’(All Digital) 반도체 회로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반도체 회로는 99.9%가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90㎚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할 경우 전류 누설에 따른 성능 저하, 간섭현상 등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디지털 회로 기술로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이구원 대표는 “지금부터는 DP가 TV와 노트북, 모니터 등 중대형과 스마트 기기 같은 소형 디스플레이에서 영상 기술의 대세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1, 2위인 국내 S사와 L사를 비롯해 주요 패널 업체들에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텔도 이번 개발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넷시스템즈는 2003년 이 대표와 정덕균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전자공학과 교수)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정 소장은 앞서 2009년 삼성그룹 호암재단으로부터 공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디스플레이포트

LCD패널에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 고화질 그래픽을 빠르게 구현해 영상전송 기술 분야 차세대 표준으로 선정됐다. 2013년부터 LCD패널을 적용한 TV, 노트북, 모니터 등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