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 "숙련된 인력 풍부…車ㆍ제철 유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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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펜싱 금메달 출신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
민족의 뿌리·언어 등 한국과 공감대 많아…유럽 전초기지로 유리
대담=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민족의 뿌리·언어 등 한국과 공감대 많아…유럽 전초기지로 유리
대담=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헝가리 펜싱 국가대표 선수 시절 동료들은 내가 어떻게 정치 지도자로 변신해 대통령이 됐는지 궁금해합니다. 하하…”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70)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세계 최초의 대통령이 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과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펜싱 부문 2연속 금메달을 따낸 헝가리의 스포츠 영웅 출신이다.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슈미트 대통령은 “주요 정치·경제 이슈들의 해법을 찾는 과정은 스포츠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서울 2012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 세계가 에너지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원자력이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회의를 훌륭하게 운영한 데 대해 감명받았다.”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헝가리도 영향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주요 국가들마다 과소비가 문제다. 소득에 비해 씀씀이가 커졌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다 마찬가지다. 소비가 늘려면 국가경제 규모가 그만큼 커져야 하는데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해 국가채무가 늘어났다. 유럽연합(EU)의 창설 배경에는 유럽 각국이 서로 도와서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나라들이 함정에 빠져서 문제가 되고 있다. 헝가리는 채무감축 프로그램을 마련해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 현재 10%가량인 실업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헝가리는 유럽의 중심부에 있어 지리적으로 한국에 매우 중요한 투자 및 교역 상대국이다. 한국과의 경제 교류를 늘리기 위한 방안은 뭔가.
“헝가리에 진출해 있는 40여개 한국 기업들의 활약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헝가리 투자규모는 13억달러를 넘어섰고, 삼성전자와 한국타이어는 주요 해외투자기업으로 손꼽힌다. 헝가리에 있는 2~3개의 한국 기업 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더욱 늘리고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추가 진출해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전초기지로 적극 활용해주기 바란다. 헝가리인들은 부지런한 데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숙련된 인력이면서도 임금은 높지 않다. 자동차와 전자 분야는 한국 기업이 투자할 경우 성장 잠재력이 크다. 헝가리의 제철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도 바라고 있다. 어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과 만나선 ‘대한항공이 부다페스트 직항노선을 개설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관광수요뿐 아니라 부다페스트공항이 훌륭한 화물처리 시설을 갖춘 만큼 한국에도 큰 이득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현재 헝가리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은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헝가리가 안정적이고 수익성 좋은 투자처라는 증거다. 만일 헝가리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 기업이라면 이미 진출한 기업에 그 나라가 어떤지 물어보지 않겠나. 헝가리는 안전한 국가이며, 헝가리에 온다면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헝가리는 옛 동구권 국가 중 한국과 첫 수교한 나라다. 한국인들은 헝가리에 대해 언어적·문화적으로도 친근하게 여긴다.
“한국과 헝가리 간에는 역사적으로 수천년간 쌓여온 공감대가 있다.(헝가리 마자르족이 수천년 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만큼) 민족의 뿌리와 언어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최근 들어 양국 간에 많은 관광객이 오가면서 새로 조성된 공감대도 적지 않다. 최근 토카이 와인이나 피크살라미 같은 헝가리 식품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1985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을 모두 만나봤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직접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운동에 능한데, 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점이 많다.”
▶펜싱과 정치에 공통점이 많을 것 같다.
“공격보다는 협조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협력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헝가리에선 부패척결을 중점 과제로 삼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세금문제도 개선했고, 연금제도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스포츠 스타에서 정치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는데.
“후배 운동 선수들을 볼 때마다 계속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나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제멜바이스스포츠교육대에서 스포츠학 박사학위를 땄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같은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 점이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슈미트 팔 대통령은? IOC 부위원장 지낸 국제 스포츠계 거물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은 올림픽 펜싱 금메달을 두번이나 딴 스포츠맨 출신이다. 공산체제 시절인 198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올랐다. 스포츠담당 차관과 스페인 대사 등을 지냈다.1995~1999년에는 IOC 부위원장을 지내며 국제 스포츠계 거물로 성장했다. 유럽의회 2선 의원으로 2009년에는 14명인 유럽의회 부의장 중 한 명으로 선출되기도 했다.2002년 현 헝가리 집권당인 피데스(FIDESZ) 창당을 주도했다. 2010년 헝가리 총선에서 피데스가 압승을 거두면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