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여러 나라의 대표 중 최대 관심사는 단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두 정상의 행보는 같은 듯 달랐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회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나라 정상은 강대국에 주어진 역할을 다 했다. 북한 핵과 로켓 발사, 이란 핵 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 체류 기간 다양한 외부 행사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인 데 반해 후진타오 주석은 '짧고 굵게' 행동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 도착 직후인 25일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군사분계선(DML)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북단 초소인 오울렛 초소까지 가서 북한을 둘러봤다.

26일에는 외대를 방문해 대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고, 주한미국대사관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개최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세요(Ask President Obama)'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역동적인 행보를 계속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군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입지를 각인시키고, 젊은 이미지를 고양시켜 재선에 도움을 주려는 선거전략적 판단이 담긴 행보로 해석됐다.

또 방한 기간에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이란핵, 시리아사태, 아프가니스탄전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이에 반해 후진타오 주석은 26일 이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 및 오바마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로켓발사 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지만 다른 국가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의 회담뿐이었다.

이를 두고 올 가을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에게로 권력이양을 앞두고 있는 등 복잡한 국내사정도 작용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후 주석은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26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로켓발사 문제에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목소리도 분명히 냄으로써 미국의 일방적인 독주에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후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고 북미합의를 존중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는 신화통신의 보도는 이를 잘 말해준다.

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에서 제기한 위안화 절상요구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표시했다.

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사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해도 미국의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게 중국 외교부의 공식 설명이다.

한마디로 국내 선거용으로 자꾸 중국 위안화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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